2野 '김병준 내정 철회부터'라며 영수회담 거부
한광옥 "내정 철회까지 포함해 영수회담서 논의해야"
권한이양·2선후퇴 폭도 관건…탈당요구엔 "현재 고려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해법 마련을 위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정국 수습의 핵심 조치인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접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 2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모두 김 총리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영수회담 개최의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각 당 대표실을 찾았으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는 아예 만나지 못했다.

총리 내정을 철회하고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만날 필요도 없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비서실장에게 김 내정자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오는 10일 박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8일 또는 9일에 반드시 영수회담을 열어 김 내정자 인준 등 정국수습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 비서실장은 야당 대표들과 만나기 직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예방해 "대통령께서 국회에 올 수도 있다"면서 "총리내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을 하고 모든 문제를, 의제에 구애받지 말고 영수회담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까지 제안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기한 내에 영수회담 성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김병준 카드'를 접고 원점에서 내각 구성 등 수습 대책을 야당과 협의해서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진사퇴는 없다'고 강조해온 김 내정자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다.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밝혀 여야가 청와대와 합의해 새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면 미련없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비서실장도 이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리 내정 철회까지 가능하느냐는 물음에 "그 문제까지 영수회담에서 하자는 이야기"라며 일단 영수회담을 열어 머리를 맞대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김병준 카드를 버리는 방안을 포함해서까지도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야당이 요지부동이라면 총리지명 철회 또는 자진사퇴 방식으로 김 내정자를 먼저 물러나게 한 뒤 영수회담을 열어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여야에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 기류는 현재로선 일방적인 지명 철회보다는 영수회담을 성사시킨 뒤 김 내정자 명예를 충분히 세워주는 방향으로 자진사퇴의 출구를 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김병준 카드 무산 이후에는 국회 주도의 정국수습 절차를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은 청와대의 또다른 딜레마다.

국회추천 총리 요구를 받아들인다 해도 총리추천 과정에서 여야간 이견이 불거질 경우 정국수습은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새누리당마저 친박 대 비박의 내분에 휩싸인 상황에서 총리 추천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작업을 사실상 야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거리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에게는 책임총리 권한을 보장하고 경제·사회 등 내치(內治) 분야에서 전권을 맡길 것을 약속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해왔지만,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에게도 선뜻 권한을 대폭 이양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비박계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탈당을 공식 요구하면서 탈당론은 물론 집권여당 분당 조짐까지 불거져 박 대통령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비박계뿐 아니라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영수회담의 조건으로 탈당을 제시한 것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한 참모는 "현재까지 탈당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탈당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더는 손쓸 도리가 없을 때 마지막 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