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역사적 소명 다 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울컥'
감정 북받쳐 말 잇지 못해 29초 가량 울먹이며 침묵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3일 총리직 수락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 도중에 울컥했다.

참여정부의 핵심인사 답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할 때에는 비장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공식 회견을 가졌다.

전날 총리 지명 이후 밝은 모습으로 기자들을 만난 것과 비교하면 사뭇 굳은 표정이었다.

김 내정자는 자리에 앉아 다소 비장한 목소리로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김 내정자는 총리직을 수락한 배경, 대통령 검찰 수사와 탈당 문제 등 민감한 핵심 현안에 대해서까지도 차분하면서도 간명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대통령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 정치적 현안인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당적 보유가 국정 말목을 잡으면 총리로서 탈당을 권유할 수 있다"며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수준에서 소신을 가감없이 단호하게 피력했다.

쏟아지는 기자 질문에는 비켜가지 않고 즉답을 했다.

그러나 원고의 마지막 단락으로 총리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김 내정자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읽더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침묵이 흘렀고 김 내정자가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가 떨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도 곧바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마음을 추스르느라 애를 썼다.

침묵이 이어진 시간은 29초 가량이었다.

그러면서 "그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김 내정자는 모두 발언을 마친 뒤 화장지로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으면서 북받쳐 오른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김 내정자는 질의·답변에서 눈물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저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다만 참여정부에 일하면서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걱정, 국정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그런데 그때 하고 싶었던 것을 다 못했다.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정치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지났다고 말씀하신 것에 동의했고, 학교에 가서 강의하고 글을 쓰면서 늘 가슴이 아팠다"며 "왜 우리 세상이 이렇게 갔나, 이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없나, 무력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총리직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며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이쪽저쪽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