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 취지 살릴 총리 인선 고심…국회 총리추천은 난망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에 따른 국정 위기 수습 차원에서 '책임 총리' 콘셉트의 후임 국무총리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당을 위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2선 후퇴' 주장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현재 여소야대인 국회의 추천으로 임명되는 총리에게 이를 맡긴다는 것이 요지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안한 이른바 거국내각과 내용 면에서는 유사성이 있지만 '2선 후퇴' 주장은 여당에서 "하야 요구"(정진석 원내대표)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박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을 더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정치권에서 분출되는 여러 수습책과 관련,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 열어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박 대통령도 이날 오전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 외에는 일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인적쇄신 구상을 이어갔다.

청와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총리 인선을 미룬채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아이디어 수준에서 언급된다.

수족(手足)으로까지 불리던 핵심 참모들을 다 내보낸 것처럼 위기에 빠진 국정을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결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다는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기류다.

정치권에 총리추천을 제안하더라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정쟁만 벌여 속도감있는 국정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나라와 국정을 위해 진정한 제안을 한다면 수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2선 후퇴 주장은 사실상 하야하라는 것"이라며 "최순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야당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나온 거국내각 구성 요구에 "그런 취지까지 포함해 충분히 숙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형식적으로 여당은 물론 야당의 추천을 받아 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개각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내용적으로 정치권의 요구와 민심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국무총리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실도 고려돼 있다.

결과적으로 야당도 수용할 수 있는 인사로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정할 것이란 의미다.

나아가 현재 상황에서 총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총리에게 권한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청와대에서 나온다.

국정 수습 차원에서 이른바 책임 총리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서다.

한 참모는 "중립적이고 능력있는 인사를 책임 총리로 하고, 신임 총리에게 큰 폭의 권한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사실상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