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엄정수사 촉구 이어 '친박 지도부' 사퇴 연판장까지
"사실상의 친박 종언"…당명 변경·석고대죄 등 새출발 요구 고조

우리 헌정사상 최장수 정당임을 자부하는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출범 후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사실상 '당 해체'에 맞먹는 새 출발 요구에 직면한 양상이다.

현 상황이 과거 '차떼기 사건'과 '탄핵 역풍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내부에서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명까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출범한 '친박(친박근혜) 체제'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사실상 "친박은 종언을 고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 50여 명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최순실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촉구하는 연판장 서명에 돌입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친박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친박계가 주축이 된 현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인 정진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최순실 특검' 당론 결정에 이어 거국중립내각 건의, 최순실 긴급체포 요구 등 야권의 주장을 계속 받아들이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지만 이것만으로는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에 따라 차제에 '박근혜 색깔'을 당에서 모두 빼내고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당의 출발을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교체했을 때 종교적인 느낌이 있다는 반론이 있었다"면서 "이것조차 '최순실 파문'과 연계돼서 회자되는 상황이니 당명부터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아닌 당이 사태 수습의 중심에 서야 하며, 상징적인 차원에서 당명 변경, 대국민 석고대죄, 세비 반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4~28일 전국 성인 유권자 2천5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전주보다 3.9%포인트나 떨어진 25.7%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떨어진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2.0%포인트, 1.2%포인트 상승한 31.2%, 14.2%를 기록했다.

한 당직자는 "문제는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층과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의 유권자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내년 말 대선은 필패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제는 '박근혜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완전히 탈바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당내 주류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기 보다는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난 4·13 총선 전후로 나타난 계파 갈등이 재현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