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국정 개입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보수세력 일각에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최씨와 관련한 의혹을 고의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보수권력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태블릿PC를 첫 입수해 공개한 JTBC는 “최씨 측이 사무공간으로 사용한 건물의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하면서 두고 간 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PC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팩트올은 “최순실은 독일에 사무실을 두지 않았다”며 “JTBC에 따르면 최씨가 이 태블릿PC를 사용한 기간은 2012년 6월~2014년 3월까지 21개월 동안이다. 누군가가 2년6개월간 보관하고 있다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른 음모론도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태블릿PC에 담긴 자료가 정윤회 씨와 최씨가 이혼하기 전인 2014년까지 것만 있다”며 정씨 배후설을 제기했다.

‘야권 일부가 연계돼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온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히고 거국중립내각을 통해 야권 인사를 총리로 앉혀 정권교체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태블릿PC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고(故) 이춘상 보좌관을 통해 최씨에게 전달됐다는 얘기도 있다.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2012년 대선캠프에서 이 보좌관에게 태블릿PC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행정관이 이 보좌관에게 넘긴 태블릿PC를 이 보좌관이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최씨에게 넘겨줬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관리인에게 태블릿PC를 줘서 버리게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최씨의 말을 전하고 “(최씨) 본인은 그 태블릿PC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르거나 ‘나중에 차차 (말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