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 거부…임의제출 자료만 받은 검찰
검찰이 두 차례나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의 국정 개입과 각종 비리 연루 의혹을 조사하려 했지만 청와대는 직접 조사를 거부한 채 임의 자료 제출 형식을 고집했다. 검찰이 ‘뒷북 수사’라는 여론의 질타에 뒤늦게 수사팀을 보강해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청와대와 마찰만 빚는 모양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에 이어 30일 오전에도 압수수색팀을 보내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협의했지만 청와대 측이 거부해 영장집행이 불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자료를 검찰에 임의 제출하는 게 법 규정이며 관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검찰 제출자료를 일곱 상자 이상으로 늘렸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압수수색) 부동의 사유서를 제출한 만큼 강제로 집행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110조)나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물건’(111조)은 해당 공공기관의 승낙 없이는 압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는 예외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검찰은 청와대 경내 연무관에서 임의 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받았다. 검찰 측은 “별 의미가 없는 자료다.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사건을 비롯해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전 협의를 거쳐 자료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영장이 강제로 집행돼 청와대 사무실이 직접 압수수색을 당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검찰은 안 수석과 정 비서관 사무실 압수수색에는 실패했지만 이들과 김한수·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이영선 전 행정관 등 7명의 주거지 압수수색은 마무리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 안의 일부 문서를 최초로 작성한 기획재정부 소속 조모 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조 과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현 정책조정수석실)에 파견돼 공공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장진모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