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논란이 커지자 종적을 감췄던 조인근(53)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현 한국증권금융 상근 감사위원)이 28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연설문이 개인(최 씨) PC로 사전에 들어간 것은 제 상식으론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 씨의 사전 개입 등을 미리 인지했느냐는 질문에는 "최 씨에 대해 이번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연설문 중간 수정을 전혀 의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온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지난 25일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종적을 감췄었다.

그는 회사에 이날 오후 3시께 출근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미리 알린 뒤 그 시간에 맞춰 여의도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은 조 전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 연설문이 최 씨에게 사전 유출된 사실을 알고 있었나.

▲ 최 씨를 전혀 몰랐다.

이번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으며 사전 유출된 것도 알지 못했다.

제가 '연설문이 이상하게 고쳐져서 돌아온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런 이야기를 전혀 한 바 없다.

-- 그런데 왜 돌연 종적을 감췄나.

▲ 최 씨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내가 나서서 한두 마디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언론 접촉을 피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다 보니 저 때문에 불필요한 의혹이 증폭됐고 회사나 가정에 이런 식의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나왔다.

-- 어떤 과정으로 유출됐는지 짚이는 게 있는지.
▲ 전혀 없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뉴스를 보고 알았다.

-- 연설문이 이상하게 고쳐졌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나.

▲ 이런저런 자료들을 취합해 말씀 자료를 대통령께 올리면 대체로 큰 수정은 없었다.

수정이 있었다는 기억은 단어 정도 수준이지 이상하게 통째로 첨삭이 돼 있던 적은 없었다.

연설문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심해 판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연설문 완성본은 대통령의 말이다.

중간에 이상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연설문이 개인의 PC에 사전에 들어갔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 그건 제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 청와대를 지난 7월 돌연 사직한 이유는
▲ 어떤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은 전혀 없었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3년 6개월가량 재직했고 대선을 포함하면 4년간 연설문 작업을 했다.

글을 쓰는 게 참 힘들고 피를 말리는 작업인데 4년을 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고 이게 받아들여진 것뿐이다.

-- '우주의 기운'이나 '혼' 등 박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독특한 단어들은 본인이 직접 썼나.

▲ 세세한 사안에 대해서는 청와대 보안 규정상 말할 수 없다.

-- 연설문을 작성한 뒤 누구와 협의를 했나.

▲ 통상적으로 부속실에 보냈다.

누구와 구체적으로 협의했는지도 역시 보안상 말하기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