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과정부터 논란…'지분 내놓으라' 해결사 의혹까지

이른바 '차은택 사단'의 일원으로 알려진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차관급 기관장인 송 원장이 '해결사'처럼 사기업 대표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28일 한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송 원장은 지난해 6월 중소 광고업체인 컴투게더의 대표에게 "회사 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컴투게더가 큰일 날 지경에 닥쳤다"고 말하는 등 이 회사가 보유한 특정 회사의 지분을 제삼자에게 넘길 것을 권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컴투게더를 인수하려는 차씨 측을 위해 송 원장이 나서 지분 매각을 강요 또는 회유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차씨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송 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여럿 제기된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송 원장은 2014년 12월 콘텐츠진흥원의 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부터 수상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전임 원장이 임기를 4개월이나 남은 시점인 2014년 11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사임했다.

원장 후보 심사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지 않았는데도 원장으로 낙점된 점도 석연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송 원장은 서류심사 평가에서는 2위, 면접심사 평가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면접 평가에서 4위까지가 원장 후보 추천 대상자가 되니 뒷순위였던 이가 자신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2명을 제치고 원장이 된 셈이다.

위원별 점수를 보면 송 원장에 대한 '몰아주기' 정황도 보인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체부 고위 간부 A씨는 송 원장에게 서류심사에서는 90점, 면접심사에서는 97점을 줬다.

후보자 중 최고점이었다.

송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게는 서류에서는 평균 76점, 면접에서는 평균 78점을 준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콘텐츠진흥원장의 임명권자는 차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송 원장이 원장으로 취임한 후 콘텐츠진흥원은 승승장구한다.

올해 예산이 전년 대비로 40%나 급증했다.

송 원장은 올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보다 예산이 40% 증액되고, 인력이 20% 증원된 것은 공공기관 역사상 콘텐츠진흥원이 처음이라고 한다"면서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 분야 역점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중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을 맡았는데,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차씨가 단장으로 있었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기획한 사업이다.

송 원장이 기관장이 되기 전 대표로 있었던 업체인 머큐리포스트가 정부로부터 수억원의 용역을 수주한 과정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에 따르면 머큐리포스트는 지난해 2월 '2015년 밀라노엑스포' 사업에서 5억원 상당의 영상제작 용역을 수주했다.

이 사업의 주무부처가 돌연 산업자원부에서 문체부로 바뀌더니 전시·영상감독이 차씨로 교체됐다.

이어 차씨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 원장이 과거 대표로 있던 업체가 거액의 용역을 수주한 것이다.

송 원장은 2008년 10월부터 원장으로 임명 전까지 6년여간 머큐리포스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머큐리포스트가 콘텐츠진흥원이 발주한 사업도 맡아 '셀프수주' 논란도 일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머큐리포스트가 속한 컨소시엄이 콘텐츠진흥원의 10억2천100만원 상당의 기술개발 사업을 따냈다.

콘텐츠진흥원의 지정과제인 이 사업에서 머큐리포스트가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금액은 2억5천100만원이다.

머큐리포스트가 선정된 과정도 '관행'과 거리가 멀다.

경쟁입찰에서 유력한 상대 컨소시엄이 서면 평가에서 머큐리포스트가 속한 컨소시엄에서 앞섰다가 발표평가에서는 뒤졌다.

상대 컨소시엄은 이 사업을 제안한 업체가 속한 컨소시엄으로, 통상 지정과제를 제안한 업체가 해당 과제를 수주한다.

제안한 업체가 해당 사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발표평가에서 '외압' 의혹 제기했으나 송 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