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온도차 여전…기싸움도 계속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이른바 '최순실 특검' 협상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드는 강공을 택했다.

구체적 특검안 내용을 놓고 '동상이몽'을 연출하고 있는 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극대화하는 충격요법을 통해 특검 논의를 포함한 현 정국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앞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자 즉각적 협상에 나서자고 하면서 새누리당의 특검 수용을 국면전환용 정략적 호도책으로 규정한 국민의당과 균열을 드러낸 바 있다.

민주당의 이날 특검 협상 중단 선언으로 삐걱대던 두 야당은 일단 눈높이를 다시 서로 맞추며 공조전선을 펴게 됐지만, 신경전도 이어지는 등 기싸움도 계속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들'의 전원사퇴를 3대 선결요건을 내세워 특검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당 자체적으로 '최순실 부역자' 블랙 리스트를 작성해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는 여야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협상이 쳇바퀴만 계속 돌 경우 정쟁으로 비쳐지면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검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 적절히 타협할 경우 전통적 지지층 이탈 등 역풍도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여론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 중단 선언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의 상설특검 주장을 '셀프특검'으로 규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지금 상태대로 협상에 응하는 것 자체가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아무 일 없이 협상할 수 있느냐는 최고위원들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이나 하야 요청은 안하지만 여권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오느냐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주말 사이 청와대 개편 등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협상 중단 소식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잘 결정했다"며 "아직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도 없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민심을 파악하지 못한 태도는 참으로 나쁘다"고 여권을 협공했다.

두 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데는 공동전선을 펼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특검 협상 반대 드라이브에 '동조'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 대여 전략을 놓고는 여전히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는 야권내 주도권 경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우 원내대표는 협상 재개 시기에 대해 "새누리당에 달려 있다"면서도 "당론은 바뀐 것은 아니다.

특검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우리가 말하는 정도로 강한 규탄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는 들끓는 민심을 반영해 더 세게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간 중재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중재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며 "박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최순실은 독일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이) 가능하겠는가.

몸통은 빠져나가고 깃털은 구속되고, 사실은 안 밝혀지고, 유병언 사건 처럼 국민에게 잊혀져갈 것"이라고 '선(先) 검찰수사-후(後) 특검'을 들어 여전히 특검에 대한 회의론을 견지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섣부른 대응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먼저 수사를 하고 다음에 특검이 와야 청와대와 검찰에 대한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었다가는 최순실 게이트도 값싼 정쟁거리가 돼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민주당을 견제했다.

"섣불리 특검 협상에 응한 게 '전략 미스'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란 건 항상 대화를 열어놓고 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변할 줄 알았는데 진정성이없는게 확인됐으니 이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홍지인 이정현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