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미사일 위협 전략무기로 제압…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미래전 수행 전투로봇 공동개발·해군협력 강화 등도 주목

한미 양국 국방부가 20일(미국 현지시간) 제48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성과로 꼽을만 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SCM 회의를 마친 다음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들어 북한의 2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위기를 맞아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한미동맹 차원의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하기로 한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차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제공되는 확장억제 전력의 실행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고, 이런 의구심에 따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 등이 한국 내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을 미국이 참작해 우리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또는 상시 순환배치 문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41차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에서 이순진 합참의장이 미측에 제안해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한국 국민이 가진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미측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핵심이다.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합의로 장거리 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가 적어도 1대 또는 1척이 언제나 한국 영토, 한반도 주변 해역과 상공에서 활동하게 됐다.

북한이 대형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의 전략무기로 언제든지 대규모 응징을 가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된 것으로, 북한에는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 F-22 랩터는 북한이 운용 중인 200여대의 각종 레이더에도 잘 탐지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김정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정도이다.

한미 양국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다양한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경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일 '제2, 제3의 카드'도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이번 SCM에서 카터 장관은 "미국 또는 동맹국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확장억제 공약도 강한 톤으로 재확인했다.

이런 표현이 SCM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정비도 성과로 꼽힌다.

한미동맹의 현안을 논의하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아래 위기관리특별협의체(KCM)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KCM은 한국 국방정책실장과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핵·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가 참석하는 기구로, SCM과 한미 군사위원회(MCM)의 의사결정 기능을 보좌하게 된다.

초점은 유사시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포함한 확장억제 제공 결정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

한미 양국이 지난 19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설치하기로 한 것과 함께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할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양국 해군의 대잠수함 작전을 포함한 연합 해상작전 능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번 SCM의 주목되는 성과다.

양국 해군은 잠수함,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등으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북한이 쏜 SLBM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능력도 배양하게 된다.

SLBM을 이용한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할 결정으로 평가된다.

한미 양국의 국방기술 협력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했다.

협력 분야에는 미래전장을 누빌 '전투 로봇'을 공동 개발하자고 합의한 대목이 눈길을 끄는 데 여기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기술'(autonomous technology)로 작동하는 로봇 기술도 포함된다.

한민구 장관은 SCM을 하루 앞두고 미 해군의 현존 및 미래 무기체계를 만드는 해군 수상전센터를 방문해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다양한 첨단무기를 살펴보고 양국 해군의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 군이 긴밀한 기술협력으로 국방기술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활용한 국지도발도 압도적인 우위로 제압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밖에도 한미 양국은 이번 SCM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조기 배치키로 하는 한편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등 동맹의 주요 현안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