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환노·산자위서 칼 쓸 수 있다…노동善법 만들어 대선 직전 처리할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11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지정) 카드를 언급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당장 꺼내들겠다는 건 아니지만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의 안건조정위 회부 조항을 활용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원천봉쇄하고 있는데 대한 '맞불'성 압박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선국면과 맞물려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역공에 나선 것이다.

현 국회법상 각 상임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이 찬성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은 상임위 등에서의 계류기간 330일이 경과하면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 의석분포상 야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수 있는 상임위는 국회 운영위,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등 3곳이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의 국감 증인채택 거부 행태 등을 거론, "막가파식으로 하면 안된다.

여당이기 이전에 국회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 회부는 이해되지만, 증인에 대해서까지 그러니 한계치에 온다"고 운을 뗐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패스트트랙을 언급, "여당에 안건조정위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패스트트랙이 있다"며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데 운영위, 환노위, 산자위 등 3곳에서 실제화할 수도 있다.

여당이 우리더라 왜 그 칼을 자꾸 쓰게 만드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국회법'과 상시청문회법 등 다 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면 내년 9월 정도 정기국회 때 본회의에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여당이 노동법을 해달라는 것도 택도 없는 소리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방해하면 노동악법이 아니라 '노동선(善)법'을 만들어 내년 대선 직전에 처리하겠다.

산자위도 대중소기업상생법 등을 우리가 발의하면 내년 9월 정기국회에서 본회의 때 자동상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렇게 여당이 몽니를 부리면 우리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위원장이었던 우원식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후속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위의 재구성을 반대하는 데 대해 "그렇다면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지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가습기 특위 재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원내수석부대표의 패스트트랙 언급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야권이 공동으로 제출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안의 처리 경로에 대해 "국회 규칙을 만들면 본회의에 직접 올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여야 대표가 합의하면 바로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특검이 아무리 급해서 여당을 설득해서 합의로 가는 과정을 지키는 게 맞다"고 '법사위 경로' 방식을 견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정현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