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해에 이지스구축함·미사일순양함…서남해에 항공모함 투입
훈련명 '불굴의 의지', 천안함 피격 대응 이어 두번째 사용

북한의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도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전 해역에서 대북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2016 불굴의 의지' 훈련은 동·서·남해에서 모두 진행된다.

한미 해상 연합군이 한반도 전 해역에서 동시에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양국은 2010년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같은 해 11월 29일부터 나흘간 각각 동해와 서해에서 항공모함(조지워싱턴호)을 동원해 대규모로 입체적인 무력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2010년 때보다 훈련구역이 더 확장됐고 수준도 공세적으로 높아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해 훈련구역을 한반도 전 해상으로 확대하고, 훈련 수준도 끌어올렸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으므로 양국 군의 대응 수위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국 해군이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 2016)로 명명한 훈련명칭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2010년 7월 동해에서 실시했던 훈련명칭과 같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해와 서해에서는 후방으로 침투하는 북한군 특수 작전부대를 격멸하는 시나리오로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 훈련'이 이뤄진다.

서남해역에서는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가 주축이 된 항모강습단 훈련이 진행된다.

해군은 "양국 해군은 이번 훈련에서 해상무력억제, 대잠전, 대공전, 대지(對地) 정밀타격훈련, 항모호송작전 등의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양국 해군의 상호운용성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 훈련을 동·서해에서 동시에 실시하고, 대지 정밀타격훈련도 다양한 전력을 적용해 강도 높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MCSOF 훈련은 해상으로 침투하는 적을 초기에 격멸하는 작전이다.

20여만명의 북한군 특수전부대 요원 일부가 공기부양정이나 잠수함을 타고 은밀하게 우리 측 후방 해안에 상륙하면 대규모 사회혼란이 초래되고 이를 색출하기 위한 대규모 수색병력이 동원된다.

이 때문에 상륙하기 전에 탐지해 격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군, 해군, 공군의 합동작전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함정 40여 척과 미군 함정 7척, 양국 해상 초계기(P-3/8), 미군 FA-18 전폭기, 우리 공군 전술기, 미 육군의 아파치(AH-64D) 헬기 등이 훈련에 참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지 정밀타격훈련은 함정과 항공모함의 함재기에서 각종 유도미사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연습이다.

이 훈련에 동원되는 미국 미사일 순양함(CG)은 250~300개의 표적을 동시 추적해 방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대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실전에서 MCSOF와 대지 정밀타격을 가할 때 북한군의 반격을 가정해 항공모함을 지원세력으로 서남해에 대기해놨다.

군 관계자는 "MCSOF가 동·서해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이 훈련을 항공모함이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항공모함을 동·서해에 전진 배치하지 않고 후방에 대기시킨 것은 중국 등 주변국을 심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미국 측 의도에 따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측은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말고는 이번 훈련에 참가한 함정 이름을 비공개로 하는 등 다른 훈련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이런 관측을 낳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