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의혹과 주장에 일일이 다 언급하지 않겠다"

청와대는 6일 야권과 언론에서 연일 제기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과 차은택 광고감독 논란에 입을 다물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연풍문 회의'에 미르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과 주장이 나오는데 일일이 다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명을 하면 야당에서 꼬투리를 잡아 국정감사 때 계속 의혹 제기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청와대의 '무대응 전략'은 제기되는 의혹의 건수가 많고 복잡한 데다 야당이 겨냥하는 '권력형 비리'로 연결될 구체적인 의혹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한 참모는 "보통 게이트라면 자금을 빼돌리거나 착복하는 등의 비리가 있어야 하는데 미르재단에서는 그런 게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야당의 공세는 단순히 의혹을 부풀려서 뭐가 있는 것처럼 이미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이 대통령 순방 사전회의에 참석한 것은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지 혜택을 받은 건 하나도 없었다"며 "단순한 회의 참석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또한, 차씨가 미르재단 설립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대통령 홍보기획을 지휘했다는 등의 추가 의혹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씨와 미르재단의 관계가 비리나 전횡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고, 다른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대응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차씨가 박 대통령과 자주 독대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데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아울러 청와대 내부에서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임기 말에 접어든 박 대통령과 정부의 힘을 빼려 한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한 참모는 "비선이 어떻게 했다거나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힘을 빼려고 하는 것으로 정권 흠집내기 차원"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모도 "미르재단에 이어 사저까지 운운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을 연상시키고 레임덕을 가속화하려는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