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원장 "4.3, 남로당 휩쓸려"·"카미카제 산화" 역사관 도마
"화장실 급하다" 이석 등 태도논란…교육부 "해임포함 조치 논의"
野, 李추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증인 추진…與, 안건조정위로 다시 방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30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기동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남로당 몇몇 사람들 때문에 휩쓸린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이 원장이 화장실에서 의원들을 향해 "새파랗게 젊은애들"이라고 표현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태도 논란까지 겹쳤고, 의원들의 거센 비난 속에 교육부 이영 차관은 해임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문위 국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닷새째 야당만의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국감 도중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이 원장의 견해를 물었고, 이 원장은 이에 "사건의 발단은 남로당 제주지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이분들(주민들)이 휩쓸려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오 의원은 "어떻게 무참하게 희생된 양민들이 공산당 폭도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며 사과를 요구하자 "제 발언으로 제주도민들의 상처를 건드린 것에 대해 깊이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더민주 안민석 의원이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는 질문을 하자 "복수의 답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같은당 박경미 의원은 이 원장의 1982년 저서 '비극의 군인들 - 일본 육사출신의 역사'에 나온 표현을 문제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 원장이 일본 태평양전쟁에 참여한 최정근에 대해 묘사하며 카미카제 특공대가 '산화'했다고 썼다.

이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나 쓰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에 "(산화는) 문학적 표현"이라며 "6·25 참전용사들도 산화라고 하지 않냐"라고 답했다.

더민주 손혜원 의원은 이 원장이 국정교과서를 총괄하고 있다는 일각의 얘기를 언급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 원장은 "중고등학교 단계는 다양성에 근거해 가르치면 혼란이 오고, 전형적이고 표준적인 것만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도 논란도 겹쳤다.

더민주 유은혜 의원의 질의 도중 이 원장은 "화장실이 급하다"며 갑작스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설상가상으로 더민주 신동근 의원은 이 원장이 화장실에 가서 "새파랗게 젊은 애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그런 말은 안했다"고 답했지만, 이 원장의 비서는 더민주 의원들에게 해당 발언을 인정했다.

나아가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이 원장에게 "의원들이 아닌 기자들에게 ('새파란 젊은애들' 발언을) 했다고 하세요"라고 속삭였다가 의원들이 이를 듣고 문제삼자 사과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원장을 향해 "치매에 걸렸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위험한 상태다.

병원을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다" 등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또 여성인 유 의원의 발언 도중 고함을 쳤다는 점에서 더민주 여성의원들도 반발했다.

더민주 여성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여성의원의 질의에 고압적 발언을 하면서 무단 이석하고, '새파랗게 젊은'이라는 망언으로 비하했다"며 "저급한 사고로 일관하는 자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수장으로 용인할 수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영 교육부 차관은 "해임 부분까지 포함해 논의하겠다.

장관께서도 그정도는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야당은 한중연 이사 자격으로 이 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의에 불참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건조정절차 신청 의사를 밝혀 증인채택은 일단 보류됐다.

안건조정절차 신청이 이뤄지면 위원회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해당 쟁점을 최장 90일간 논의해야 한다.

교문위 야당 의원들은 28일에도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다 여당이 안건조정절차를 거론해 보류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