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의장 유감표명해야" 압박…더민주 "유감표명이 해법아냐"
與 위원장 상임위 사회권 요구키로…압박 실효성 의문

국정감사 파행 나흘째인 29일 야권은 대여 공세와 물밑협상 노력을 잠시 접고 '휴지기'를 갖는 모양새다.

전날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도리어 대치정국의 골이 깊어지며 출구찾기가 더욱 복잡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날도 여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자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해보인다.

특히 얽힌 정국의 실타래를 푸는데 핵심 열쇠를 쥔 정세균 의장의 태도가 더욱 강경해진 점이 야권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대여공세의 강도와 협상 전략에 있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정 의장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놓고 양당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

더민주는 여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올리며 더민주 출신인 정 의장을 감쌌으나, 국민의당은 노골적으로 정 의장이 대치정국 해소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도 더민주는 기다리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제는 새누리당이 결정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의장도 이런 상황에선 어떤 입장 표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이철희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의장이 유감 표명을 한다고 해서 정상화되는 차원이 아니다"라면서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까지 하는 와중에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적당한 선에서 정 의장이 유감 표명을 하고 3당 원내대표가 국감을 진행시키면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 단식 종식을 요구하면 다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의장이 국민을 보시고 적절한 의견표명을 통해 국회정상화의 물꼬를 터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도 야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 국감을 계속 이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여당 의원이 위원장이인 상임위에서 본격적으로 사회권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당이 사회권을 내놓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야당 스스로도 이런 '압박 카드'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상황이다.

전날까지만해도 3당 원내대표들 간의 물밑 협상이 이뤄졌지만, 이날은 일단 휴지기에 들어갔다.

3당 원내 수석부대표 간의 '핫라인' 정도만 유지되는 분위기다.

박 비대위원장은 "저렇게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한다면 현재로서는 조정안을 내기가 난감해서 오늘은 냉각기를 갖고 한 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내에서는 인내심이 점점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는 느낌이다.

박완주 원내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과 내일 기다릴 것"이라며 "내달 3일에도 복귀를 안하면 진지하게 (강경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원내대표 특보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대표 단식은 투쟁이 아니라 투정이고 정치 아니라 코미디로, 이 대표에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조 단식을 한다니 쌀값이 더욱 떨어질까 걱정"이라며 "야당 연습 같은 것은 안 해도 된다.

때가 되면 하게 돼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