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주재 靑직원조회서 '북핵·경제위기' 단합 강조
해임건의 不수용 후 새누리에 대응 맡기고 국정챙기기 모드

청와대는 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로 초래된 대치 정국에 대한 추가 대응을 자제하고 국정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해임건의안 가결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마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등 다른 정치적 사안과 거래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담은 음성파일 공개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혼란에 빠진 정국 상황과 관련해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 정 의장 논란에 관해선 "국회 상황이니까 당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임안 정국'의 연장선에서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을 빚은 데 대해서도 "국회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중하게 대응했다.

또 다른 참모도 "해임건의안을 거부한다고 했으니까 청와대에서 더 이야기할 것은 없고 이제는 여당이 앞장서는 것"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추가로 관련 언급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 보인다"며 국회의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25일 해임건의안의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으로 밝히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뒤인 이날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직원조회에서는 김 장관이나 정 의장 등에 관한 정치적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해임건의안을 부당한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수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만큼 이후의 상황은 여론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워크숍에서 북핵과 경제 문제를 거론하며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야권 비판의 주된 근거로 안보와 경제 위기를 내세운 터라 이런 비상상황 대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조회에서 "마라톤도 30∼35㎞ 지점이 가장 힘든 것처럼 우리 정부도 그러한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

지금 북핵 위기와 녹록지 않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기러기가 멀리 갈 수 있는 것은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대장 기러기는 방향을 정해 앞장서 나가고 뒤에서는 응원의 소리를 내면서 힘을 보탠다"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청와대 내부의 단합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조회에서는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강력한 총력 대응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며 '비상시국' 인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도 당분간 민생과 안보를 위주로 한 행보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