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없다" 손짓 불구 이정현 단식으로 사태 '눈덩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묻힐라 우려…"논쟁 차단 의도" 의구심도 제기


야권은 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강행에 따른 후폭풍 속에서도 예정된 국정감사에 착수했다.

국감 첫날부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한 새누리당이 대야(對野) 투쟁을 거두지 않으며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를 감시하고 민생을 챙기는 국감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는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단독 국감을 진행하되 여당이 지휘봉을 쥔 상임위에서는 일단 새누리당의 복귀하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국감이 잡힌 상임위 12곳 중 새누리당이 위원장인 상임위 5곳은 아예 개의조차 않는 등 개점휴업했다.

국민의당이 위원장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개의 직후 산회를 선포, 국감을 28일로 미루기까지 했다.

당장 야권은 해임건의안 가결이 명분과 절차 등 모든 측면에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고 집권 여당의 '몽니'에 적극 반박하는 대국민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에서 자칫 헛발을 내디뎠다가는 국정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 있다.

"국감파업은 민생파업이자 포기선언" "새누리당이 살필 것은 대통령 심기가 아니라 국민 심기" 등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강성모드로 일관한 더민주 추미애 대표의 발언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 연장선에서 여권으로부터 해임안을 불법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엄호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정 의장이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및 어버이연합 청문회와 해임건의안을 바꾸려 시도했다는 주장이 새누리당에서 제기되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극한 대치를 막기 위해 중재자로서 노력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비대위회의에서 "정 의장이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해빙 정국을 위한 대여 수위조절에는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우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의 강공은 없다"며 "여야가 협상하는 데 서로 너무 몰아붙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치열한 수싸움 속에서도 물밑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해임건의안 후속조치는 후속조치대로, 국감은 국감대로 분리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물론 기류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가는 등 사태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 의장이 새누리당의 동참을 위해 국감을 2∼3일 미루는 방안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제안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이 대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여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는 갈등을 유발해선 안된다"며 정 의장의 제안을 긍정 검토하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갈등을 만드는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농성은 구정치로, 이렇게 하면 풀어갈 명분이 없다"고 했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알려진 것보다 분위기가 완강하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국감을 진행하지 못한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사회권을 이양받아 야당 단독 국감 등을 논의했지만 새누리당의 자진 복귀를 기다리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내렸다.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 이면에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코스프레는 웃음거리다.

국감 보이콧으로 미르재단 의혹 등 게이트 사건을 물타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어떤 깊은 전략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야권의 고민은 적지 않다.

반쪽 국감이 이어질 경우 정부의 실기를 부각해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국감 파행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정부의 허술 한 지진 대응 등 야권에 호재인 이슈가 '김재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조짐을 보인다.

이 때문에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새누리당과의 물밑 접촉에 올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누리당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국감 포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에 극적 합의를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