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일정 전면 중단…이근규 시장 "해당 공무원 강력히 조치할 것"

충북 제천시의회는 26일 제천시 국장급 공무원과 시의원 간 폭행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이 시의원을 폭행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근규 시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의회는 이날 제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제천시의회 초유의 일로 정상적인 의회 운영이 불가능해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번 사태 책임은 시의회를 경시하고 독선적으로 시정을 이끄는 시장에게 있으며, 공직기강 관리를 맡은 핵심 간부 공무원의 일탈 행위를 수수방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천시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건립을 위해 시가 제출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을 부결한 이유로는 "제천시가 편법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데다 연간 20억 원에 달하는 클러스터 운영비 조달 대책이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으로 일부 시설 건립이 가능하도록 한 뒤 추후 용도 변경을 통해 나머지 시설을 건축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시의원들은 해당 공무원 파면, 이 시장의 사과 및 사퇴,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앞서 이 시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시정 방침을 위배해 물의를 일으킨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떠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시장으로서 깊은 분노와 자성의 심정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공직자는 법률 검토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의회와의 소통과 공감을 더욱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사업에 대해서는 "시의회와 정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태 원인과 관련해선 "중요 시정 사안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취지였으나 폭력사태로 희석되고 말았다"며 "술이 원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제천시 이모 국장과 제천시의회 홍모 의원은 지난 22일 저녁 제천시 장락동 한 음식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도시계획조례 개정 문제를 놓고 싸움이 붙어 서로에게 전치 3∼4주의 상처를 입혔다.

이 국장은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 건립을 위해 시가 제출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에 찬성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술자리를 마련했으나 폭력 사건으로 번졌다.

제천시는 현재 회기 중인 제244회 임시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소관 상임위에서 수정 통과되면서 창작 클러스터 관련 부분은 사실상 부결됐다.

제천시는 개정안을 본회의에 수정 상정해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체 의원 13명 중 4명이 수정 발의하고 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제천 스토리 창작 클러스터는 국비와 도·시비 229억 원을 들여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등이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는 단독주택 형태의 집필실 10여 채와 예비 작가 연수시설, 영상자료실, 세미나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제천시는 클러스터 예정지를 금성면 성내리 왕건 촬영지로 정했다가 청풍면 교리 시유지로 옮겼지만, 이곳이 수변 경관 보전지역이어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되자 뒤늦게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제천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