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박 대통령, 김재원 정무수석.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박 대통령, 김재원 정무수석.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화를 위해 준 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당 의혹 제기에 정면 비판

박 대통령은 회의 공개발언에서 북핵, 지진, 경제 등 3중 위기를 거론하면서 “이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단합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비방’과 ‘폭로성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한 야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당은 대기업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과정에서 청와대 핵심 인사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최순실 씨가 K스포츠재단 인사에 개입하고 청와대에서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해당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부당한 정치공세다.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사실상 무시해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예상 밖의 강경 대응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또 “내가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할 당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에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박 대통령의 지난 20일 경주 방문 사진을 보도하면서 마치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기 위해 멀리서 손을 뻗어 주민과 악수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이 악수하려고 다가가니까 주민들이 ‘복구 중인 흙이니까 밟지 마세요’라고 해서 흙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것이다. 심각한 사실 왜곡”이라고 말했다.

◆“대화로 준 돈이 핵개발 자금으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이 4, 5차에 이르기까지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우리나 국제사회가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며 “소위 대화를 위해 준 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면 비판하면서 대북 대화론에 거듭 ‘쐐기’를 박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더 이상 핵 포기를 위한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압박과 제재 강화,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실질적인 확장억제 능력 등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마치 소방서가 있어 불이 났다고 하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