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발사 장거리로켓 때보다 엔진성능 3배 개량
"美 어디든 핵공격 가능"…재진입체 기술 등 난관도 있어

북한이 20일 성능이 대폭 향상된 신형 로켓 엔진의 분출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신형 엔진이 '정지위성 운반로켓용'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군 당국은 미국을 겨냥한 ICBM용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고출력 신형엔진을 성능시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8년 9월 다단계 운반로켓 '백두산 1호'로 첫 인공위성 '광명성 1호'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한미는 당시 이 로켓을 '대포동 1호'로 명명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대포동 계열의 장거리 미사일 엔진 추력을 높이는 시험을 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이 새 엔진의 추진력이 80tf라고 주장한 데 대해 주목하며 사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엔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위성을 띄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월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는 27tf 추진력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80tf 추력의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면 지금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해 사용한 노동 엔진보다 추력이 3배나 향상된 것이다.

새 엔진의 성능이 개량됐음은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으로도 확인된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새 엔진 분출구의 직경은 90㎝로 노동미사일 엔진(60㎝)보다 1.5배 정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분출되는 화염도 지난 4월 9일 북한이 신형 ICBM의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지상분출 실험이라며 공개했던 사진에서의 화염보다 훨씬 길게 뻗어 출력이 향상된 것이 확실하다고 채 전 원장은 설명했다.

북한의 새 엔진은 우리가 2020년 이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KSLV-2)와 비교해도 성능이 더 뛰어나다.

KSLV-2는 75tf 엔진으로 1단 엔진의 연소시간은 127초다.

북한은 80tf 엔진을 200초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80tf 추력 엔진 다수를 묶어 ICBM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1960년대 개발한 액체연료 SLBM인 타이탄-2의 경우에도 98tf짜리 엔진 2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80tf짜리 엔진 4개를 엮어 320tf 출력의 엔진을 단다면 미국 본토 어디로든 날릴 수 있는 충분한 위력의 ICBM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이 정도의 출력이면 1t 이상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소형화할 필요도 없으며 복수의 탄두를 넣은 다탄두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엔진 출력이 높아지면 미사일의 정확성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ICBM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미 본토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며, 이는 유사시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새 엔진을 단 ICBM이 전력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출력이 커진 엔진을 시험한 것은 맞지만, 시험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설사 시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엔진 4개를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단계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북한이 확보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 이후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타격 지점에 근접해 다시 진입하는데, 이때 엄청난 공기 저항에 따라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과 마모로 인해 탄두부에 손상이 가는 등의 이상이 없어야 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오래전부터 ICBM 개발에 힘을 기울여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번 엔진 시험을 통해 그 의도가 재확인된 만큼 북한의 관련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