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국방위원장 주최 국회 토론회…핵무장론 놓고 공방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9일 북한의 최근 5차 핵실험 강행 이후 여권 내에서 급부상한 핵무장론에 대해 "북한이 '공포의 균형'으로 억제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천 전 수석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 주최로 열린 '한반도 정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소련·미국-중국·이스라엘-파키스탄 등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는 (핵 보유에 따른 공포의 균형이) 성립했지만, 핵무기를 갖고도 억제가 안 되는 집단이 바로 북한이라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살기 위해서, 생존의 최후 수단으로 핵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 체제가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됐을 때 김정은이 걱정하는 것은 '내가 앉아서 그냥 망할 것인가, 핵을 써보고 망할 것인가'일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이) 북한 억지력으로 얼마나 작동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핵무기를 보유했더라도 이를 대북 선제공격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핵무장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이 여러 가지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도덕적 부담을 감수하며 핵을 사용하는 건 제가 보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핵무장론자들이 제기한 미국의 핵확산 억지력에 대한 불신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의 초보적 핵무기가 겁이나 동맹국인 한국과의 공약을 못 지킨다면 미국이 현재 맺고 있는 모든 동맹이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이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핵무장론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개발 목적과 관련, 적화통일 과정에서 "미국이 대한민국의 편에 서서 개입한다면 '우리는 지게 되겠지만 그냥 지지 않고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것'이라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 분석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고, 김정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면 자기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가능성이 작은 만큼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6자회담도 했고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외교를 끊임없이 해왔지만 결과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변모해간다는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우리 정부는 물론 정치권 모두 시간을 허비한 죄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