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총장 1월 귀국 언급 '불씨에 기름'…與 '반기문 카드' 본격 거론
더민주, 이해찬 복당으로 '맞불' 움직임…국민의당 '제3지대 중심' 재천명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 연휴가 끝나면서 정치권이 서서히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 모두 추석 연휴 기간 대선과 관련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1년 3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 각 당의 전투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다음 주 개막하는 만큼,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측면에서도 각 당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을 확정적으로 예고, 연초부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 사건은 막 점화된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반 총장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올해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합류는 대선 판도에 대거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반 총장은 1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25.9%의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8.2%)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10.8%) 등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선두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여야 각 당은 물론 기존 여야 잠룡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가해지면서 대선 레이스가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추석 연휴 전과는 달리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반기문 카드'를 노골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을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반 총장이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이기도 한 정 원내대표는 또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언론에서 상당 기간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도나 관심도를 확인해주고 있는 만큼 반 총장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대선 주자로) 회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에 온다는 것은 여당으로서 환영할 일이고,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들어와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도 관심을 두고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더민주는 반 총장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충청 민심을 잡을 방안을 강구하는 분위기다.

충청권 주요 인사인 이해찬 전 총리의 복당을 결정하는 한편, 지도부가 직접 나서 반 총장을 향해 러브콜과 견제구가 미묘하게 뒤섞인 발언을 던졌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7선의 이 전 총리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전략가로 활약하면서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 공약을 주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더민주가 '반기문 효과'를 상쇄할 첫 카드로 이해찬 복당 결정을 들고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 총장 면담 사실을 언급하면서 "반 총장의 속내를 확인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이다.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며 다만 "(반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갈지는 말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충청 출신임을 염두에 둔 듯 "이해찬 의원 복당도 있고, 충청권 이슈가 우리 당도 풍부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당을 택할지, 선택의 명분은 어떻게 잡을지, 갈등 국면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보고 우리의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창당 정신인 '제3 지대의 완성'을 재천명하면서 독자 세력으로서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 출마 시 가장 타격이 큰 주자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로 나타난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전 공동대표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비상대책위원도 비대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은 내년 대선을 통해 기존 양당 정치를 넘어서는 제3 지대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