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한인권전문가 연합뉴스 인터뷰…"북한, 구소련처럼 붕괴할 것"
"佛·유럽, 대북 영향력 제한적…中에 압력 가하거나 EU-北 단교 검토 가능"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있지만 망했던 구소련처럼 주민에 의해 내부로부터 무너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주목하고 주민이 외부 세계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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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연구해 온 대표적인 역사학자인 피에르 리굴로(72) 사회사연구소(Institut d'Histoire Sociale) 소장이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핵 사태 해결의 중요한 열쇠로 북한 인권 개선을 꼽았다.

파리 에펠탑 부근에 있는 자택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리굴로 소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 주민의 인권에 한국과 국제사회가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굴로 소장은 "북한은 2010년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등 남한에 아주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면서 "제5차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이라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안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확보를 위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북한이 수백만 명의 주민을 잃어도 체제만 유지하면 아무런 걱정을 않는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국가라서 식량과 의료, 교통 등 주민 생활 향상에 써야 할 돈을 모두 핵무기 개발에 투자하고 국민은 잔혹한 체제에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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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굴로 소장은 특히 북한이 중국, 러시아, 중동 지역에 자국 노동자를 팔아서 비인간적인 착취를 하거나 다양한 밀수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핵무기 개발에 쏟아 넣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리굴로 소장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준비하는 추가 대북 제재의 성패는 중국의 적극적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자국과 미국·한국 사이에서 완충국으로 존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제재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지도자도 자국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리굴로 소장은 북한 체제도 구소련처럼 결국 붕괴할 것으로 확신했다.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의 남한 귀순 등 북한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실상을 잘 모르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나 인권전문가들이 휴대전화나 DVD,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가 더욱 많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처형을 자행하는 집단수용소 같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손에 결국 붕괴할 것이지만 국제사회도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충고였다.

북한 주민이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 북한 내·외부 상황을 비교하게 되고 비록 더딜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전체주의 북한 체제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리굴로 소장은 한국민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데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과거 남한 군사 정권 시절 북한을 뿔 달린 악마로 묘사하면서 이후 남한 주민이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됐고 또 북한 주민도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비판을 꺼리는 것 같다"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리굴로는 한 때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을 추종한 마오이스트 단체 회원이었으며, 유명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만든 마르크스주의 잡지 '레탕모데른'(Les Temps Modernes)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탈린주의에 환멸을 느껴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

그는 1997년 공산주의 만행을 기록한 '공산주의 흑서' 북한 편을 저술했고 2000년 탈북자 강철환 씨와 강 씨의 북한 요덕수용소 생활 수기 '수용소의 노래'(영어판 제목 '평양의 수족관: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를 함께 썼다.

리굴로 소장은 "프랑스와 유럽은 북한과 무역이나 외교 측면에서 큰 교류가 없어서 북핵을 해결하는 데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중국이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북한 핵 개발이 지속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끊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