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초귀환 소식에 그렇지 않아도 '포스트 추석' 정국을 맞아 바삐 돌아가던 여야의 대권시계가 더 빨라지게 됐다.

여야의 잠룡들은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며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반풍'(반기문 바람)의 국내 상륙이 몰고 올 구도 변화 등 파괴력에 촉각을 세우며 저마다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에 가속페달을 밟을 태세이다.

여권에서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이 대선 레이스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새누리당 차기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주자는 없지만,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강연에 나서거나,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추석 연휴를 맞아 지진 피해현장인 경북 경주를 찾아가거나,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지역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또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거나 대책수립을 요구하는 등 경쟁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매주 국회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의원모임인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부산역에서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지진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콜레라 여파로 발길이 끊긴 횟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연휴가 끝나면 20대 국회 공천 파동을 겪고 나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한림대 강연에서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낸 데 이어 30일 서울대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다음 달 부산대에서 강연을 하는 일정도 검토 중이다.

주된 지지층인 대학생과 소통하는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유 전 원내대표 역시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 경주에서 피해 복구 상황을 둘러보고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둘러봤다.

주로 강연정치를 이어왔던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설립한 '공생(共生)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을 알릴 계획이다.

오 전 시장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왜 지금 공생인가'라는 제목의 저서 집필을 마치고 자신의 철학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인터넷방송 '김문수TV'를 여당 후보의 취약층으로 꼽히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활로로 삼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정부와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거나, 국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통로로도 '김문수TV'를 쓰고 있다.

'한국형 모병제'라는 화두를 던져 정책토론에 불을 붙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교육문제를 들고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는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지진 여파로 도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연휴 내내 도청 근처에 있는 자택에 머물렀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원희룡 제사는 대선 행보보다는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내달 초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와 맞물려 이미 점화된 야권의 차기 경쟁도 더욱 불을 뿜게 됐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추석 연휴가 마친 이후 각계 전문가들과 미래 비전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면서 싱크탱크 구성 작업을 본격화, 대선행보에 한층 속도를 낼 예정이다.

양산과 서울을 주요 거점으로 전국을 다니며 민심 파고들기도 이어간다.

그는 연휴 기간 경주 지진으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우러성, 고리 원전을 방문한데 이어 다양한 독서를 열동하며 정국 구상에 집중했다.

문 전 대표는 연휴 마지막날인 17일 페이스북글에 "지진에 대비한 대한민국 안전을 강화하는 게 새로운 국가과제가 됐다"고 강조했고, '가습기살균제 재앙의 진실'을 다룬 책인 '빼앗긴 숨' 서평을 겸해 "우리 정치가 좀더 일찍 관심을 가졌다면 피해가 그토록 터지지 않았을테고 피해자들이 덜 외로웠을 것"이라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추석 연휴 이후 국정감사 기간에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 의제를 담금질하면서 틈틈이 강연 등 대국민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지지율 반등이 급선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추석 이후 국감에서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면서 당이 '리딩 파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이라며 "안 전 대표가 정책적 목표로 얘기해왔던 중산층 복원에 대해 전문가들을 만나 총론과 각론을 정리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국민께 설득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석 이후에도 우선 시정에 전념하는 가운데 장외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다.

박 시장은 내달 개최되는 국감에 대비하는 가운데 이달 중에 SNS 팔로워 200만명 돌파 기념 팬 미팅과 저서 발간 기념 북 콘서트, 관훈토론 등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공개 일정을 자제하고 오는 22일 관훈클럽 토론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16일에는 당내 가까운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하며 향후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중순 부터 '충남이 드리는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예산 편성과 관련한 정책과제 시리즈를 발표할 계획이며 국가 비전을 담은 책도 10월 중순 발간한다.

지난 주말부터 야권의 심장부인 '빛고을' 광주와 지역구인 '달구벌' 대구를 오가는 영호남 횡단의 '달빛 행보'를 보인 김부겸 의원은 내주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 및 양대 노총과의 노동개혁 토론회 준비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11월을 목표로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월 초까지 광주와 전주, 당진, 부산·경남 등 지역을 잇달아 순회하며 지역 강연회 일정 등을 소화할 계획이다.

내달 말에는 그간 살아온 인생을 담은 책을 펴낼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오는 20일 강진군에서 주최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 관련 강연을 '고별강연'으로 하산 채비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복귀의 명분과 복귀 후 행선지 등이 마지막 고민의 지점이다.

마지막 퇴고 작업 중인 책 발간 시점도 복귀와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정현 현혜란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