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원내대표 '국익외교' 초당적 협치…美 대선 전 의회외교 기틀
사드·대북제재에선 견해차 여전…접점찾기 가능할까
일주일간 '강행군'…반기문 면담 등 화제만발 순방


사상 최초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함께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취임 첫 해외순방이 16일(현지시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정 의장은 워싱턴 DC와 뉴욕을 거쳐 이날 6박8일 일정 중 마지막 방문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출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번 순방은 여야 3당의 초당적 외교활동을 통한 한미 안보동맹의 재확인, 미국 대선 전 의회간 외교채널의 활성화 등을 성과로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면담으로 화제거리가 풍부한 순방이 되기도 했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에 3당의 이견이 여전한 가운데 접점을 찾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점이나, 여야가 대립 중인 국내 현안들에 대해서도 '통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을 두고는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 안보동맹 재확인 성과…"대선 후에도 의회가 한미동맹 굳건히" = 정 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로 '굳건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을 꼽았다.

특히 출국 직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됐지만, 이들이 미국 의회 관계자들을 적기에 만나며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공동 대응 기조를 거듭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 의장은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나 낸시 팰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날 때마다 북핵 위기의 해법은 한미 안보동맹 강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3당 원내대표들이 정쟁에 몰두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한목소리로 '한미동맹 강화'를 외쳤다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 원내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원보이스로 초당적 국익외교를 성공시켰다"고 했고, 우 원내대표도 "안보 현안에 대한 국내 정당들의 이견이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미국이 확인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절제가 잘 이뤄진 순방"이라고 평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언급이 흘러나오는 등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의회간 외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는 점에서도 전향적인 평가가 나온다.

정 의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이 대화에 나서자는 제안을 했다.

라이언 의장을 만나서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미리 발송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의회로부터도 화답을 받았다.

애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방미단과의 면담에서 "우리가 법을 바꾸는 것이지, 법이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 한미간 보호무역주의 확대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방미단 내에서는 "대선 후에도 미국 의회가 중심이 돼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 의장은 의회 관계자들을 잇따라 면담한 뒤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들을 만나 "미국 의회가 우리를 환영하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해 고무됐다"며 "앞으로도 의회간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미단은 이례적으로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동행했다는 점에서 현지 교민들에게도 힘이 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인회관을 함께 방문하거나 현지 기업인들 초청 간담회를 여는 등 소통에 힘을 쏟았다.

입국 첫날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6·25 참전용사 묘비에 참배를 한 것 역시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 사드, 메시지 조절했지만 이견 여전…"덮어두고 갈 문제 아냐" = 반면 이번 순방이 노출한 한계 역시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귀국 후 풀어야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특히 민감한 문제인 대북 제재 강도나 '사드배치 찬반'을 두고는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 원내대표들간 메시지 수위 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론분열이 없는 것처럼 미국에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갈라진 국론을 좁히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하지 않나"라며 "기술적으로 수위를 조절해가며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귀국한 뒤에는 여권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일각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야권은 이에 반대하며 사드의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거 모습이 그대로 되풀이될 것"이라며 "원내대표들간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3당 원내대표들이 모처럼 '협치'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지만, 국내에서도 이 모습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당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3당 원내대표들은 순방기간 한 식구처럼 숙식을 함께하면서도 국내 현안에 대한 의미있는 합의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 타이트한 일정에 潘 면담까지…쉴틈 없었던 방미단 = 정 의장은 순방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러 추석 연휴를 골랐다"라며 "평일에는 국회에서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최대한 일을 많이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 의장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이번 순방 일정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일례로 13일에는 워싱턴 DC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조찬 간담회, 라이언 의장,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 민주당 대표 면담, 오린 해치 상원 임시의장 면당, 코리아코커스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을 하루에 소화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일정만 분산시켜 소화하더라도 3박4일 출장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뉴욕에서는 반 사무총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국내 정치권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 면담은 동북아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회와 유엔의 협력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되기는 했지만, 반 총장이 내년 1월 귀국 계획이 밝혀지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을 돕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알려지는 등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정 의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인 간담회 등을 소화한 후에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뉴욕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