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압박' 한미일과 '대화병행' 중러의 절충여부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인식을 피력함에 따라 제재와 대화의 '병행론'을 펴고 있는 중국·러시아와의 접점 찾기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 드라이브와 '제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중국 및 러시아의 '대화 병행론'이 북한의 제5차 핵실험 대응 국면에서 다시 부상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여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전쟁 위험"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단순한 협박이나 협상용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협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주고 받기식' 협상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끌어낼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화를 하는 것은 북한에 시간벌기만 된다"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북핵 6자회담 재개론 등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미국의 확장억제(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의미) 등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높이고,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10일 시작된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일 방문 등을 계기로 한미일은 이미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및 압박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대북 압박의 열쇠를 쥔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5차 핵실험 국면에서도 대북 압박 일변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는 기존 레토릭을 반복하면서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쪽에서도 제재와 대화 병행론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기구 주재 러시아 상주대표 블라디미르 보론코프는 10일(현지시간)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에 "(기존) 제재와 함께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군사훈련이나 미국이 추진 중인 사드의 한국 배치 계획 등으로 북한을 도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협상 재개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는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반응들이었다.

한미일과 중러의 접점 찾기는 한미를 중심으로 이미 논의되기 시작한 안보리의 추가제재안 초안이 나오면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새로운 결의 채택을 추진하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은 만큼 추가 제재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4차 핵실험에 대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뛰어넘어 민생용 대북 교역까지 건드리는 강력한 제재까지 동의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중국이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어 절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쪽으로 방향 정립을 할지, 역으로 북한을 확실히 끌어안으려 할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부품 등과 관련한 부분은 강하게 막고 있지만 민생, 밀무역, 사금융 등까지 막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며 "중국은 이들 문제에서 어떤 절충을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