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폐지하고 일반고 확대…제2의 고교 평준화해야"
"모병제 정의롭지 못한 발상…가난한 집 자식만 군대 가게 돼"
"대선 출마는 각오 서면 말씀드릴 것…조금만 기다려달라"

새누리당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은 7일 야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요구에 대해 "안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한 특강에서 "저 사람들(사법부)에 셀프개혁을 맡기는 건 국민 경험으로는 안 하겠다는 말과 똑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판·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인데, 요즘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는 걸 보면 사법부가 저래서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느냐는 엄청난 자괴감이 든다"면서 "사회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저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 특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 가운데 공수처 신설에 찬성한 것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이어 유 의원이 두 번째로, 조만간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공수처 신설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 의원은 교육 개혁과 관련,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하고 알 수 없게 꼬아놓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제도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신분 세습 통로로 전락했다"면서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개천에서 용 나고 집안이 어려워도 자기 꿈을 꾸고 성공을 실현할 사회가 되지 않고 있으므로 1974년 고교평준화할 때 각오로 돌아가야 한다.

제2의 고교평준화를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고는 폐지하는 게 맞고, 특목고도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등 존재 이유가 특별하게 인정되는 걸 제외하고 외고는 폐지하는 게 맞다"면서 "제2의 고교평준화 개혁으로 일반고가 통합되고 확대되면 거기서 교육을 제대로 하도록 정책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입시 전형을 보면 너무나 복잡하다.

맞벌이하는 저소득층 아버지 벌이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면서 "특히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교과나 종합 등을 보면 이렇게 복잡하게 해서 못 따라가게 하느냐는 부분도 상당 부분 개혁할 대목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주장하고 나선 모병제 도입에 대해서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반대했다.

이어 "모병제는 예산의 문제 이전에 정의의 문제가 있다"면서 "저 제도를 시행하면 우리나라는 부잣집 아이들은 군대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자식이 전방에 가서 목함 지뢰를 밟거나 북한군과 충돌하거나 내무생활이 괴로워 자살하는 불행을 바라는 부모가 누가 있겠느냐"면서 "모병제 주장은 우리나라 안보 현실에선 정말 말이 안 되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야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핵심 정책인 '청년수당' 지급과 관련, 서울과 성남의 재정 자립도가 다른 광역·기초단체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지적하면서 "구의역 김모 군은 저 돈을 못 받는데 공무원준비생은 받고, 강원도 청년은 못 받는데 서울시 청년은 받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재벌은 경쟁력을 잃어감에도 여전히 국내 시장에선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해 어지간한 기업은 이들의 횡포와 불공정 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 만들어주는 게 진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밝혔고, 무상보육과 관련해서는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모든 가정에 똑같이 돈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제대로 하겠다,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된 분인데, 취임하고서 지난 3년 반 동안 그 약속을 제대로 못 지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이날 교육, 복지, 국방 등 주요 국정 분야에 대한 사실상의 공약을 제시함에 따라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대선 출마는 고민이 다 되고 제 각오가 서면 국민께 솔직하게 제 뜻을 말씀드리겠다"면서 "자기 생각을 알리고 국민이 동의해주면 거기에서 힘이 생기는 건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