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2野 대표연설에 칭찬 일색 "경륜과 혜안" 표현까지
더민주-국민의당은 서로 비판 "집권당 흉내" "메인요리 안보여"


그동안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여야가 서로의 연설을 향해 혹평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지만, 3당 체제의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5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여야 3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새누리당은 당의 공식 입장을 통해 두 야당 대표의 연설에 '칭찬일색'의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당은 물론 서로를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5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야당은 각각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직도 자신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할 따름"(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시킬 뿐"(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이라는 등 일제히 비난을 쏟아 냈다.

그러나 이틀째부터 시작된 야당 대표들의 연설 이후에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 연출됐다.

반격을 가해야할 새누리당이 이들 대표의 연설에 대해 '혹평'으로 되갚지 않은 것이다.

6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의 연설 직후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연설을 국민의 목소리로 존중하며 여러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민생경제에 집중한 연설을 높이 평가하고 민생경제가 비상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강조한 내용은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녹여내어 건강한 결과물을 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긍정 평가를 내렸다.

7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연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성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높은 경륜과 혜안이 배어났고 원내 3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잘 섬겨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품격 있는 연설"이라고 '상찬'을 했다.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이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강력히 비판했음에도 이를 되돌려주지 않고 칭찬으로 갚은 것이다.

이는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6일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누리당부터 상대 당을 존중하는 정치문화, 화합과 협치의 여건을 마련해 나가자"며 "연설 중 야유나 고함은 일절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무작정 야당을 공격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치문화에 앞장서는 성숙한 집권여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보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여 공조전선을 펴온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볼썽 사나운 신경전을 펴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연설에 대해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정치권의 반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의 제시 역시 부족하다"며 "통합의 정치를 외치면서 이미 집권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을 포함한 남 탓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당(友黨)으로부터 뜻밖의 한 방을 얻어맞은 더민주도 박 위원장의 연설 직후 '빚'을 갚았다.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점은 아쉽다.

화려한 상차림에도 불구하고 정작 메인요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며 "명확한 입장을 피력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박한 평가'를 되돌려줬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류미나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