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파주시 '찜통도시·겨울왕국' 이미지 벗으려 '발버둥'

올여름 전국은 사상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지난달 13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인 기상관측장비(AWS)에 잡힌 기온은 무려 40.3도였다.

사람도 가축도 농작물도 무더위에 맥을 못 추고 떨어져 나갔다.

전국 지자체마다 이를 비상사태로 보고 폭염 피해 최소화와 피해 예방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등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끝나지 않을 듯 보였던 폭염이 사라지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찾아들었으나 올여름 '찜통 도시'란 오명을 쓴 지자체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동장군의 습격으로 한바탕 놀란 일부 지자체는 '추운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을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혹한과 혹서를 겪은 일부 지자체는 도시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씻어내려고 자동기상관측 장비를 옮기고 기상대 이름을 바꾸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더운 고장' 오명 벗겠다…기상관측소 옮기는 완주군
전북 완주군은 이른 더위가 찾아온 지난 5월부터 완주군 기온이 전주보다 높게 나타나자 고민에 빠졌다.

전주보다 초지가 많고 건물도 훨씬 적은 완주는 2015년부터 전주의 7∼8월 낮 최고기온을 넘어섰다.

실제 2013년부터 올해 7∼8월 최고기온 평균값 통계를 보면 2015년부터 완주가 전주의 기온을 뛰어넘었다.

2013년 7∼8월 전주 최고기온 평균값은 33도, 완주는 32도였다.

2014년 전주 29.9도, 완주 29.5도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전주 29.8도, 완주 30.9도로 완주가 전주보다 기온이 높았다.

올해는 전주 31.6도, 완주 33.7도로 그 차이는 지난해보다 더 벌어졌다.

이같은 기온 역전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기상청장비의 위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초 전주기상지청 청사는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에서 덕진구 가련산으로 이전했다.

전주 대표 기온 값을 측정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도 청사를 따라 숲으로 조성돼 비교적 '서늘한' 가련산으로 이전했다.

자리를 옮긴 자동기상관측장비의 측정 기온은 테스트 기간을 거쳐 2015년 7월부터 전주 대표 기온 값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완주가 전주의 기온을 넘어선 시기와 일치한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찜통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전주시는 한시름 덜게 된 셈이다.

이런 '비화'를 접한 완주군은 완주기상관측소를 옮길 계획을 세우는 등 부심했다.

농촌 마을인 완주가 전주보다 더 더울 이유가 없고, '무더운 농촌'이라는 이미지가 관광객 유치에 나쁜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완주기상관측소 자리가 완주의 대표 기온 값을 내는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명분'도 더해졌다.

완주군은 올해 초 기상관측소를 옮길 예정부지 4곳을 두고 고심하다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 부지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고산면 예정부지를 실사했고 완주군은 기상청의 승인을 기다리는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완주군은 새 관측소 자리가 관측장비 설치기준인 '기상측기별 설치기준'에 부합하고 예산문제가 해결되면 관측소를 이설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현재 관측소 부지가 완주군의 기온을 측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전주기상지청과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관측소를 옮기면 올해 유독 높았던 완주군의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파주시 "'겨울 왕국'으로 남을 수 없다"
경기도 파주시는 2013년 2월 금촌이나 운정신도시에 '공동협력관측소' 설치를 요구했다.

문산기상대의 관측 기상자료가 파주 날씨 예보에 활용되면서 파주가 '추운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준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산관측소는 파주의 중심지인 금촌과 15.9㎞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런데도 문산기상대의 관측값이 파주의 대표 기온 값으로 언론에 제공돼 추운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파주시 관계자는 "겨울철 문산지역은 금촌지역과 비교하면 1∼4도 낮다"고 주장하며 공동협력관측소 설치를 요구했다.

당시 파주시와 문산기상대는 1억∼1억5천만원의 비용 분담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두 곳 관측소 운영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파주시는 '문산기상대' 명칭을 '파주기상대'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1996년, 1998년, 1999년 3차례 집중호우로 문산읍 일대가 물에 잠겨 35명이 숨지는 등 문산에 '수해'와 '혹한'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탓이다.

문산기상대는 2013년 10월 16일 명칭을 바꿔 현재는 파주기상대로 불리고 있다.

파주기상대는 2000년 문산읍에 설치돼 파주, 고양, 의정부, 양주 등 4개 시·군의 기상 관측과 날씨 예보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우영식 임채두 기자 d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