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협정 MOU서명식에 참석,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협정 MOU서명식에 참석,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회견서 사드 직접 거론 안 하고 북핵 메시지만 강조
朴대통령 "국가안위·생명 보호 위해 모든 조치"
푸틴 "군사대립 완화" 언급하며 "北 핵보유국 지위 불용"


러시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흐트러진 북핵 외교 전열을 재정비했다.

올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우방국인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이행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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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두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동방경제포럼(EEF) 전체세션에서도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정을 존중·이행해야 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정상적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러 정상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낸 것은 북핵 외교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 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발표(7월8일)하고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 북핵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그동안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러 정상이 사드 대치 속에서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데는 북한이 최근 SLBM 시험발사에 성공,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극동지역 개발과 남북러 3각 협력을 활성화기 위해서는 북한·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 필요성도 없다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언급한 것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불과 수 분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사드 배치 절차가 진행되면 러시아의 사드 배치 공세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문제는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정치 완화의 틀 내에 해결돼야 한다"면서 "군사대립의 수준이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드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끝으로 러시아 일정을 마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로 출국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정윤섭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