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리 군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이미 예고한 대로 잠항 능력이 뛰어난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하고 SLBM을 탑재할 경우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가 핵추진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론은 군사 전문가와 학계인사는 물론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제기하는 등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29일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 SLBM을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북한의 점증하는 SLBM 위협에 대응해 하루 빨리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0년대 이후 전력화되는 3천t급 장보고-Ⅲ 잠수함부터 핵추진 잠수함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음은 군사전문가들의 제언을 정리한 것이다.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조치는 우수한 대잠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영국군이 했던 것처럼 '잠수함 사냥팀'(hunter killer)을 구성했다가 유사시 출동시킴으로써 체계적인 잠수함 탐지·파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군은 수십척의 장보고급과 손원일급 잠수함을 보유 중이지만 이들은 대잠전 능력이 미흡하고 장보고-Ⅲ급이 개발돼야 잠수함 사냥작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군은 대잠전 차원에서 현재의 잠수함 증강 계획을 재검토하고 장기간 항해 능력과 필요한 무기체계 탑재 능력을 고려해 핵추진 잠수함 구축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잠수함 사냥작전에 필요한 장시간 수중작전 능력, 강력한 소나(음파탐지기) 체계, 충분한 대잠전 인원 등의 장점을 갖췄다.

핵추진 잠수함의 보유만으로도 북한 잠수함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해외 구매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확보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빌려 사용한 것처럼 미국 핵추진 잠수함 몇 척을 빌리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북한의 SLBM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핵추진 잠수함이 배치돼 북한의 잠수함 기지 동향을 계속 살피는 것뿐이다.

핵잠수함 건조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반대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북한 SLBM이 우리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위협인 상황에서 미국도 이를 말릴 이유가 없다.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건조 능력은 우리도 이미 거의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함정에 최적화할 기술만 있으면 되는데 이를 위해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원료로 쓰일 농축우라늄은 국제적으로 상용으로 거래되는 20% 농축 우라늄을 구하면 된다.

핵잠수함이 3천t급으로 최소한 4척은 있어야 효율적으로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다.

2025년 이후 전력화되는 장보고-Ⅲ 배치2 잠수함의 추진체계를 디젤-전기 추진 방식에서 핵추진으로 변경하고 전력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잡을 방법은 그 잠수함을 계속 추적·감시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을 동력으로 쓸 뿐이지 핵무기는 아니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보유한 나라 중에서 가장 강하게 핵을 쓰겠다고 주장하는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 신경쓸 겨를이 없다.

지금 당장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핵잠수함을 건조해 전력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공백기에는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에 배치해 우리를 지원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