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와 19년전 북한을 등진 장승길 전 이집트주재 북한대사가 망명을 결심한 과정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녀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24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면서 체제 선전에 앞장섰던 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행을 결심한데는 자녀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명문대학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진학을 앞뒀던 차남(19)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성장기 대부분을 서구권에서 보냈기 때문에 태영호 전 공사가 자식의 장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영호에 앞서 최고위급 탈북외교관으로 알려진 장승길 전 대사 역시 자녀 문제로 망명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승길 전 대사가 1997년 8월 형 장승호 전 파리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1년 앞서 망명한 아들(당시 17세)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아들은 정규 학교가 아닌 영국 문화원 '브리티시 카운셀'(British Council)에서 어학 코스를 밟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측 인사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대사의 아들은 한 때 현지의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망명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남한행이 좌절되자 이스라엘을 거쳐 캐나다에 망명해 정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1년 넘게 아들의 소재를 파악했으나 찾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실종'처리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체제 선전과 정권 옹호를 위해 최전선에 나선 북한 외교관들 역시 자녀 문제가 연루되면 나약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면서 "북한이 외교관 이탈방지를 위해 가족 일부를 평양에 인질로 잡아놓지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승길과 태영호에 대해 북한 당국이 공표한 '죄목'도 대동소이했다.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모두 비밀누설죄와 공금유용죄를 뒤집어 씌웠고, 태 전 공사에겐 미성년성교범죄를 별도로 추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