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책 주도권이 행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갔지만 정치를 뒷받침하는 각 정당의 싱크탱크는 여전히 초등생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의 이념 가치를 만들기는커녕 선거 여론조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은 업무의 절반이 여론조사다. 설립 이후 20년간 변함이 없다. 선거철에는 여론조사 비중이 80%를 넘는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의 이념과 노선을 뒷받침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한 중장기 연구는 늘 뒷전이다. 정당법상 당에서 독립된 기관이지만 사실상 당의 지시를 받는 산하기관이다. 운영비를 당에서 지원받고, 연구원장 선임도 당 지도부 뜻에 따른다.

연구소 위상이 열악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인재를 데려오기도 힘들다. 박사급 인재를 간혹 스카우트해도 얼마 못 가 떠난다. 당직자가 파견돼 이름만 걸어놓고 월급만 받아가는 게 다반사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정당 싱크탱크가 최고 인재를 끌어들여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가치를 생산해 정당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재집권 방안을 짜는 정당 연구소 수준으로는 정치가 바로 설 수 없다”며 “정치를 바꾸려면 정당 싱크탱크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