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도 지뢰심고 경계초소 설치…'북한군 심리동요 반영' 관측

북한이 최근 판문점을 비롯한 최전방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경계초소를 설치하는 등 군인들의 탈북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초부터 우리 군이 가동한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북한군의 심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 판문점에도 지뢰매설…DMZ '지뢰밭' 만들기 = 북한은 최근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 바로 북쪽에 지뢰 여러 발을 매설한 정황이 포착됐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6·25 전쟁 직후 남북한이 포로를 교환했던 곳으로, 군사분계선(MDL)이 가운데를 지난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은 판문점 지역에서 북한 군인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판문점은 MDL을 사이에 두고 유엔군과 북한군이 대치하고 있어, 북한군의 귀순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1998년 2월에는 판문점 경비 임무를 하던 북한군 변용관(당시 27세) 상위(우리 군의 중위∼대위)가 MDL을 넘어 귀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군은 판문점 인근 최전방부대에는 출신 성분이 좋아 탈북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간부 위주로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판문점에도 지뢰를 묻은 것은 출신 성분이 좋은 간부들마저 탈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최근 북한군의 심리가 그만큼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군은 올해 들어 판문점뿐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전역에 걸쳐 군인들의 탈북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4월 이후 DMZ에 약 4천 발의 지뢰를 새로 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목함지뢰로, 예년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에는 북쪽 DMZ를 지뢰밭으로 만들어 국군의 진격로를 차단했다면 지금은 북한 군인이 무단 이탈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만약 탈북자가 나오더라도 무사히 남쪽으로 귀순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북한군이 올해 초 DMZ에 경계초소를 대폭 늘린 것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우리 군을 감시할 뿐 아니라 북한군의 귀순을 막기 위한 '내부 감시용' 시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수학영재도 北 떠났다"…대북 확성기방송 심리전 극대화 = 북한군이 최전방지역에서 군인들의 탈북을 단속하는 움직임을 강화한 것은 우리 군이 지난 1월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재개한 대북확성기 방송의 효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의 전면적인 대북 심리전으로 북한군의 탈북 심리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최근 출신 성분이 좋은 북한 주민들까지 탈북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사실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북한군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북확성기가 방송하는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에는 23일 남성 탈북민이 출연해 "지난달 16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18살 난 수학 영재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 탈북민은 올해 4월 중국 닝보(寧波)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도 소개하고 "(이들은) 사람 이하의 비인격적 처사로만 대우하는 김정은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 땅을 떠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 내 인텔리층이라고 불리는 최고위층 간부들마저도 탈북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 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대북확성기 방송은 최전방지역 북한군에게 상당한 심리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내용이 바뀌면 북한군 3∼4명이 나와 받아적는 모습이 종종 우리 군에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위협적으로 간주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최전방지역 북한군 부대에 고급 차량이 도착하는 횟수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 고급 간부들이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지도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우리 군은 대북 심리전 강도를 한층 높이고자 최전방지역 11곳에서 운용 중인 고정식 확성기를 올해 말까지 10여 곳에 추가 설치하고 이동식 확성기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정진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