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출신 탈북민 "본보기 차원에서 강한 처벌 내릴 것"
"역효과 우려해 숙청 안할 것" 반론도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부부가 '빨치산 혈통'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에 있는 이들 부부의 친인척들이 숙청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인민군 고위간부 출신 탈북민의 말을 인용해 "최근 김정은이 탈북민 가족에 대한 연좌제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태영호는 일반 주민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표하던 공사였다"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직계 가족은 물론 친인척까지 숙청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 탈북민은 "다른 외교관들이나 고위층 간부들이 태영호의 망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본보기 차원에서 친인척들에 강한 처벌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은 외교관과 해외식당 종업원 등 출신 성분이 좋은 해외 파견자의 탈북이 잇따르자 격노,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 부부가 알려진 대로 '빨치산 혈통'이라면 김정은의 분노는 더욱 커져 북한에 있는 친인척들을 잔혹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태 공사 부부의 친인척들에 대한 보복성 숙청이 오히려 체제 균열과 권력 구조에 구멍을 낼 수 있어 숙청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도 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데일리NK에 "친인척들이 마냥 무사하진 않겠지만, 처벌 수위가 숙청까지 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태영호 망명 사실이 내부적으로 알려지면 (추가 이탈 등)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친인척들에 대한 후속 조치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김정은이 대대적인 숙청을 자행하면 민심 이반은 가속할 것"이라면서 "공포정치로 야기하는 '공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분노'로 바뀌어 결국엔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태영호의 아버지는 김일성 전령병으로 활동한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에선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달 말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태영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일 것"이라면서 "만약 태영호가 태병렬의 아들이었다면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태병렬의 아들인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이 태영호의 형이 되는데 돌림자가 맞지 않다고 정 실장은 지적했다.

그는 "나이상으로도 태영호가 태병렬의 아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무엇보다 빨치산 1세대의 아들을 대사관 밑바닥부터 외교관을 시켰다는 것은 태병렬의 위상과 체급에 걸맞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