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무료 의료서비스 의존하거나 교포단체 지원받기도"

북한의 외교관은 본국에서는 특권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재국에서의 생활은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은 파견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며 "유럽의 한 국가에 근무하는 북한 공관원들은 저소득층으로 신고해 해당국 국가의료보험에 가입,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주권에선 교포 단체에 치과치료와 독감 예방접종 등을 요청하는 한편, 이들로부터 의약품을 지원받고 있다"며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공관원들이 말라리아, 뎅기열 등에 시달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해 귀국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국가를 대표해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에 대한 지원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함에 따라 북한 외교관들의 생활여건은 더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22일 간암으로 현지에서 사망한 김춘국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도 평소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가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말기 상태여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귀순한 주영국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도 본국의 지원이 열악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태 공사는 2013년 영국의 한 모임에서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오면 '혼잡 통행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 외교관의 궁핍한 생활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수영장 딸린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침실 2개짜리 아파트에서 한 달에 1천200파운드(약 175만원)으로 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태 공사가 영국 명문대에 진학할 예정인 차남의 학비를 걱정한 것도 탈북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