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출과 한국 입국을 17일 저녁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탈북과 관련한 각종 억측을 잠재우고 대북심리전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태 공사의) 제3국행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나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돼 발표했다"며 "유관기관 협의로 (발표)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언론 보도 등에서 태 공사의 탈북과 관련한 각종 추측이 난무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발표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발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영국 언론매체를 통해 태 공사의 망명 보도가 잇따랐으나 정부는 태 공사의 탈북 사실 자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매체가 영국 언론의 보도를 토대로 태 공사가 한국이 아닌 '제3국행'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태 공사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 절차 등을 밟아나가고 있는 정부로서는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번 발표에는 대북심리전을 강화하는 차원의 의도도 담겨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태 공사가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인 만큼 귀순 사실 자체만으로도 북한 정권에 주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중국내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의 입국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증가하는 상황에, 태 공사의 탈북 사실이 체제에 불만을 가진 다른 북한 외교관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탈북 사례 공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간부 및 주민을 분리하는 방침을 시사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한 것은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정권에 충격을 주는 '전격성'을 보인 발표였다. 북한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며 "향후 북한에서 외교관 검열 사업을 강화할 것이고 이에 불만을 가진 외교관의 탈북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