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권 도전 기정사실화…이르면 다음달 입장 표명할 듯
영호남, 충청 훑으며 YS·DJ생가 방문도…내주 中옌지·룽징·백두산으로


전국을 돌며 '민생 체험'을 하고있는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에는 통일을 키워드로 행보에 나선다.

김 전 대표는 다음 주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지린(吉林)성 옌지(延吉)·룽징(龍井)시와 백두산 일대를 둘러본다.

옌지·룽징은 북한과 인접한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도시로,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이자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다.

김 전 대표는 중국 방문 첫날 옌지의 옌볜대학교에서 열리는 '통일 세미나'에 참석하고, 전문가들과 통일정책 관련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튿날 백두산에 오른 뒤 마지막 날 룽징의 3·13 만세운동 현장과 시인 윤동주 묘지 등을 찾는다고 김 전 대표 측이 16일 전했다.

이번 중국행은 통일에 대한 김 전 대표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대권 시계'가 한층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통일 문제는 대선 주자가 치러야 할 '필수 과목'으로 꼽힌다.

다만 김 전 대표 측은 "중국에서 국내 정치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를 "(민생) 탐방이 끝나는 9월 말이나 10월에 이야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처럼 대권 도전 선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민생 탐방을 시작한 뒤 연일 '삶의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일반 국민 눈높이로 대화하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김 전 대표 스스로 글을 적기도 했다.

팽목항에 이어 한센인 거주지인 소록도, 광주 5·18 민주묘역,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 등 그가 거쳐 간 장소들은 모두 정치적 함의가 작지 않다.

특히 전남 하의도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생가, 경남 거제의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그의 시선은 내년 대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전남→경남→전북→충청'으로 삼남(三南) 지역을 훑으면서 북상하는 그의 동선 역시 대선 주자의 유세를 방불케 한다.

주로 논밭, 염전, 어항, 시장에서 민생 탐방을 이어가면서도 주요 지점에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의미심장한 발언을 가감 없이 내놓고 있다.

그는 민생 탐방을 시작한 지 이틀 만인 지난 3일 "아직 대권 자격이 있나, 과연 내가 이 나라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고민하고 다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2일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 제도로는 한국은 더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개헌 소신을 거듭 피력하면서 '호남의 상대적 박탈감'도 지적했다.

그는 전날 광복절을 맞아 "조선 말에 왕들이 무능해서 우리 국민이 일본 사람들 밑에서 그렇게 고통받게 했다"며 "나라를 더 잘 발전시켜야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