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정현 제안 참고해서 할 예정"…개각 폭·시기 조정 가능성

이르면 이달 중순내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온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개각 작업에 '탕평'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11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탕평인사'를 건의하고 박 대통령이 "잘 참고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 대표의 이번 건의는 당·청간의 일정한 교감을 거쳐 나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이번 개각은 실무 차원의 후보자 인사검증을 모두 마치고 사실상 박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집권여당 지도부가 공식적 모양새를 갖춘 제안을 내놓으면서 개각구상의 밑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회동에서 개각과 관련해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도 조금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공식 건의했다.

비록 "개각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국정 전반에 대해 다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내놓은 이번 건의는 그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차례로 역임하며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대통령 중심의 국정챙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와중에서 드물게 내놓은 제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여러 가지 말씀하신 것에 대해 참고를 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앞으로의 개각 과정에서 이 대표가 건의한 취지를 반영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표가 건의했으니 꼭 참고해서 할 예정이라고 봐야할 것"이라면서 "당과 잘 소통하고 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가 건의한 '탕평인사'가 시사하는 개각의 방향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호남 중용론'이 나오고 있다.

전남 순천을 지역구로 둔 이 대표가 최초의 호남 출신 보수정당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호남 출신의 고위 관료나 유력 정치인을 내각에 전격 발탁해 탕평인사를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4∼6개 부처 가운데 일부에서는 호남 출신이 등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현 내각에서는 김현웅(전남 고흥) 법무부 장관과 이기권(전남 함평) 고용노동부 장관이 호남 출신이다.

미래부 장관 후보군 가운데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광주 출신으로 KT 성장사업부문장,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 연구교수, 미래부 2차관 등을 역임한 창조경제 전문가여서 탕평인사와 능력인사의 조건에 부합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다른 부처에서는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 중 호남 출신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체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조윤선 전 의원의 경우 서울 태생이지만 남편이 전북 출신이어서 '호남의 며느리'라는 상징적 의미가 가능하고, 여성이라는 점에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라는 조건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강조한 것이 반드시 '탕평'만은 아니다.

이 대표는 탕평과 함께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적 안배, 전문성 중심의 인선을 거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 인사들의 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탕평인사 등의 실현을 위해 지금까지 검토한 개각 구도를 조정하거나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후보자를 검증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적 차별이나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인재를 두루 중용하는 취지를 살린다면 개각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이르면 이달 중순내로 예상되는 개각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의 이번 건의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겨냥해 호남표심을 공략하려는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 내내 "내년 대선에서 20%의 호남지지율을 이끌어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