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정무수석 예방받은 자리서 "여와 야는 다르다" 강조
"대통령과 언제든 소통…새 지도부는 국민만 보겠다" 다짐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는 10일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당 대표로서의 공식일정을 시작한 이 대표는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김재원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한다면 여당의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비박계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가 전대에 앞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최근 당내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상황이 빚어지는 데 대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방향으로 간다면 국회에서 과감히 지적하겠다"며 "협조할 건 협조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입법부의 일원과 집권여당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소통하겠지만 다소 많은 사안에 대해서는 김 수석을 귀찮게 하겠다"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올빼미' 스타일이라 새벽 1∼2시에도 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도 된다"면서 "이 대표가 당선된 것은 잠자는 호랑이의 입을 벌려 생이빨 두 개를 뽑아오는 것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며 이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날 오전 이 대표 주재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는 회의장 벽면에 붙여놓은 '희망의 나무'에 신임 지도부로서의 각오를 적으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펜을 잡은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짤막하게 적었다.

다른 신임 지도부는 "모든 것을 국민께서 결정해 주십시오."(조원진), "국민께 무한봉사, 헌신하고 희생하는 새누리당으로 거듭나겠다"(이장우), "상식과 품격의 정치를!"(강석호), "300만 당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강한 새누리당을 만들겠다"(최연혜), "청년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새누리당이 되겠다"(유창수)와 같은 글을 남겼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취재진이 몰려 회의장 내부 온도가 올라가자 대부분 회의 참석자들은 상의를 벗고 회의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예방하고, 11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비서실장인 박용진 의원을 통해 이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내고 축하의 뜻을 전달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