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당 대표 최고위원'→'당 대표'…당직 인사도 전권 부여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에서 탄생하는 새 지도부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따르게 된다.

12년 만에 부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에게 권한을 최대한 집중하는 게 핵심이다.

명칭부터 기존의 '당 대표최고위원'이 아닌 '당 대표'가 된다.

이를 위해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4차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고, 당 대표의 경우 투표방식도 1인1표제를 채택한다.

즉, 당 대표가 되지 못해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분'을 행사하던 기존 체제와 달리 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인사는 아무런 당직을 맡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대를 앞두고 개정된 당헌·당규에는 기존에는 없었던 '당 대표는 당무를 통할한다'는 규정이 신설됐으며,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했던 당직 인선 문제 또한 '당 대표가 최고위와 협의해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를 임명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다만 과거와 같은 '제왕적 총재'의 폐단을 막기 위해 공천권은 부여하지 아니하고, 당대표는 대권 주자를 겸할 수 없다는 원칙도 유지된다.

이같은 지도체제 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당 운영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대표 최고위원을 포함, 9명의 최고위원이 각자의 지분을 갖고 목소리를 내다보니 매주 두 차례 열리는 최고위는 종종 아무런 맥락 없는 발언만 언론에 노출되고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일각에선 최고위가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더구나 중요한 현안에 대해선 최고위원들의 합의가 번번이 불발되면서 의사 결정이 늦어지거나 최고위원들이 속한 계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양대 계파 구도 속에서 치러진 2014년 7·14 전당대회 당시 나란히 1, 2위로 선출된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된 지난 지도부가 임기 내내 끝없는 계파 갈등과 분란만 보이다가 끝내 4·13 총선 과정에서 결국 '공멸'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그 단적인 예이다.

기존 지도부 시스템에서는 1인2표제의 통합 경선 방식으로 인해 선출 단계에서부터 후보자 간 명확한 '표의 우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가, 이후 회의체 또한 합의제로 운영되다 보니 당 대표도 9명의 최고위원 중 1명에 불과해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려워 당내 위기 수습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집단지도체제 방식은 야당이었던 지난 2002년 서청원 대표 시절 처음 도입됐다.

199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창당 당시에는 이회창 명예총재와 조순 총재, 이한동 대표위원이 지도부 역할을 했지만 1998년 대표직을 폐지하고 총재 중심의 단일 지도체제로 전환했다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집단지도체제가 꾸려졌다.

이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듬해에는 다시 전대에서 선출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지도체제로 복귀했지만,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패배한 뒤 당을 재건하던 박근혜 대표 때 다시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돼 12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따라서 이날 탄생하는 새 당대표는 새누리당 당명 아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 열리는 대통령후보 경선과 선거 관리 총괄이라는 막중한 임무인 동시에 막후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총선 참패 전후로 계속된 '집안싸움'에 대한 국민적 지탄과 지지층 이탈의 위기 속에서도 양대 계파가 막판까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여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