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는 막판까지 혁신과는 거리가 먼 계파 대결로 일관했다. 당의 화합을 이뤄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는 당초 의미는 퇴색했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재연됐다.

경선 막판에 ‘오더 투표’ 논란이 불거지면서 친박과 비박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대리전 양상까지 보였다.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비주류를 노골적으로 지원했고, 이에 맞서 친박진영은 이정현 후보를 밀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8일 “당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비주류가 당 대표가 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비박계인 주호영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당 대표 후보등록 전에도 ‘비주류 단일화’를 촉구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의 화합을 위한 전당대회가 되는 데는 다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주영·한선교 후보 측은 친박과 비박계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지시를 전국 당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주영 후보는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오더가 전국적으로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계파 간 난타전은 최고위원 선거에도 옮겨붙었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장우·조원진 후보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밖에서 이런 (비박계 후보단일화 촉구) 행위를 하는 것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비박계 강석호 후보는 “4·13 총선 참패 원인은 진박 감별사 논란, 막말 파동, 막가파식 공천 사태에 있다”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여성 몫의 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도 최연혜·이은재 후보가 친박, 비박 구도로 나뉘어 대결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지율과 조직력이 엇비슷한 후보들이 총력전을 펼치다 보니 계파에 기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