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사드 압박 속 야당 의원들 방중 >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연합뉴스
< 중국 사드 압박 속 야당 의원들 방중 >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연합뉴스
베이징대서 중국 측 사드 입장 청취…사드 배치 반대 언급 안해
중국측 '냉전' 발언…"G20 회의서 양국 정상 사드 논의해야" 주장


중국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 의원의 방중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도착 직후 만나기로 했다던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의 면담이 무산되고 재중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도 취소되면서 일정이 축소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이날 중국 측 인사들과 만남에서는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측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반도 냉전 시대를 운운하며 양국 정상이 만나 사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中사드 압박 속 야당 의원단 방중…주중 대사 면담 무산
더민주 의원 방문단에는 당 사드 대책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을 비롯해 신동근, 소병훈, 김병욱, 손혜원, 박정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곧바로 김장수 주중 대사를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으나 갑자기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이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놓고는 주중 대사관과 의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당초 오늘 야당 의원들이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대사관을 방문해 김장수 대사를 만날 예정이었으나 야당 의원들이 대사관을 가지 않고 바로 베이징대로 가겠다고 어젯밤에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중 의원단 측 관계자는 "면담이든 식사든 주중대사관 측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취소도 그쪽에서 먼저 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먼저 취소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재중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이날 오찬으로 잡았으나 참석자가 저조해 오찬 간담회가 취소되고 만찬 모임으로 합쳐지는 등 현지 일정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왼쪽부터), 김병욱, 김영호, 신동근, 손혜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 및 학계·교민과 사드 국내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왼쪽부터), 김병욱, 김영호, 신동근, 손혜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 및 학계·교민과 사드 국내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베이징대 좌담회에서 의원들은 상황의 미묘함을 고려해 사드 배치에 관련한 입장 표명보다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이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북핵 문제에 관해 한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한중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 매체들이 반한 감정을 자꾸 조장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 의원은 "중국이 그동안 소프트 파워로 국제 사회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하드파워로 밀어붙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좌담회에서 베이징대 교수들은 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동북아 정세에 대한 우려와 한반도의 냉전 시기로의 재진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주장해온 논리와 똑같다.

양측은 이번 사드 결정 과정에서 한중간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와 국민의 심리적 갈등이 일어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위층을 비롯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내달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의 특수 상황을 강조했고 사드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쌓아온 양국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한국에 가해질 다양한 제재와 관련, 사드 배치가 된 후 실질적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중국 측의 우려에 대해 신동근 의원은 배치되기도 전에 제재를 섣불리 얘기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의원들의 정치적 행보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날 2009년 5월 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 마지막 중국 방문 시 강연했던 베이징대 정대국제센터 회의실도 둘러봤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8월 서거하기 3개월 여전에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대 특강, 당시 부주석이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 등 일정을 소화했다.

방중 의원들은 9일에는 교민간담회, 한국언론 특파원단 오찬 등의 일정을 밟은 다음 중국 공산당 혁명건설촉진회 리홍린 부장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홍제성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