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기반 이점·무계파 선언' 주효 분석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나설 비박(비박근혜)계 단일후보로 TK(대구·경북) 4선의 주호영 의원이 확정됐다.

주 의원은 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전대 후보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병국 의원과의 당대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주 의원과 정 의원은 전날 오후 여론조사를 통한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주 후보는 회견에서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이끌 후보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역량을 극대화해 정권을 재창출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당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의 당권 경쟁은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기호순) 후보 간 4파전으로 압축됐다.

결과 발표 전까지 이미 한 차례 김용태 의원과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한 정 후보가 우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주 후보로의 단일화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우선 주 후보가 당원 비율이 많은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한 게 결정적 승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의원도 "결과 예상은 제가 여론조사에서 지고 있었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그러나 두 후보 간에만 조사를 벌이고, 당원 비율을 정확히 반영한다면 내가 이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대 당원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영남권 유권자는 경기 출신의 정 의원보다 주 의원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실제 역대 전대 결과를 보면 영남권 유권자에서는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다양한 지역 출신이 모인 서울, 수도권에서는 뚜렷한 결집이 나타나지 않았던 전례가 많다.

주 의원이 비박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경선 캠페인을 통해 '무계파', '중립'임을 줄기차게 강조하자 계파 대립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반응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정 후보는 원조 쇄신파로 통하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의 일원으로, 줄곧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였기 때문에 비박계의 이미지가 강했고, 1차 단일화 대상이었던 김용태 의원이 강성 비박계였던 점도 정 의원에게 비박계 색채를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 후보가 지난해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세월호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면서 보수 유권자에 각인됐다는 점을 승인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이밖에 불교계와 친분이 두터운 주 후보가 다른 의원들과 각을 세우지 않고 원만한 의정활동을 하는 성품을 지녔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후보는 비주류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계파를 주장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만, 특별히 만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때 범친박계로 분류됐던 이주영 후보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후보는 연설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는 또 다른 비박 패권주의로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망한다"면서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의 수장이 아니라 하나 된 새누리당의 중요한 대선 후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유일한 주류 친박 주자인 이정현 후보와 중립 성향의 한선교 후보는 비박계 단일화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병국 후보 측 일각에서는 "비박계 단일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친박 성향 여론조사 대상자들이 역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도 나왔지만, 주호영 후보 측에서는 "TK(대구·경북) 유일 후보로서 확장성과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천안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