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단일화 종용 발언으로 전대 개입 논란…"당선되려면 단일화해야"
대선 겨냥 '홀로서기' 관측…친박 "전대 개입 원로 할 일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전국 민생투어 시작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놓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막내로 시작해 30년 넘게 정치를 하면서 권력의 생리를 잘 아는 김 전 대표는 한동안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왔다.

2014년 상하이 개헌론을 내놨을 때도 박 대통령이 '경제 블랙홀론'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자 하루 만에 사과했고, 지난해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 압박을 받을 때도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다"며 묵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대구·경북 의원들의 4일 청와대 회동을 하루 앞두고 "(회동은) 잘못된 일"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게다가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주호영 의원의 단일화를 종용하는 등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비박계에 힘을 실으면서 전대 개입 논란까지 촉발했다.

이런 행보는 대규모 계파 모임 직후 민생투어를 떠난 김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관측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경남 하동 화개장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두 분이 남았는데, 당선되려면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할 일"이라며 "내가 얘기하고 안 하고를 떠나 당선되려면 단일화 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자신의 비박계 지지 의사 표명과 단일화 요구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내가 왜 (특정 계파를) 지지하지 못하느냐"면서 "그런 것엔 대응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김 전 대표를 '이중 잣대'로 규정했다.

자신이 대규모 세 결집 행사를 하는 것은 '친목 모임'이고, 비박계 후보 지원 의사 표명은 '당원으로서 권리'라고 생각하면서, 친박계 모임이나 사드 대책 논의를 위한 청와대 회동에 대해서는 왜 '잘못된 일'이라고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친박계 최고위원 후보인 이장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대표는 역대 최악의 당 대표였고 가장 최악의 총선 참패를 한 대표로서 자중할 때"라며 "지금처럼 짝퉁 배낭여행을 하면서 민심을 청취하지 않고 전대에 개입하는 것은 전직 당 대표나 원로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태흠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되고, 대선 경선에 나가려는 분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면서 "대통령께서 TK의원들을 만나는 데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라 경북 성주에 찾아가는 게 오히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누구보다 찬성한 게 바로 김 전 대표였다"면서 "그렇지만 오히려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들은 지역 여론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하게 행동하지 않았느냐. 그런 의원들보다는 민심을 직접 듣는 게 낫다"고 반박했다.

전날 담양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 전 대표는 이날 전남 여수 재래시장과 엑스포를 둘러본 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경남 하동 화개장터로 이동해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감정 해소의 메시지를 내놨다.

김 전 대표는 여수 수협공판장에서 어민 간담회를 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갈등이 생겼을 때 정치 지도자들이 현장을 쫓아가 돌팔매를 맞아도 지역 주민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며 조만간 경북 성주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화개장터에서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입지를 경북 성주 내의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방안을 조사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이 행정부 수장이니 국방부 보고를 받아 갈등이 최소화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긴다면 그것도 우리가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여수·하동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