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법취지 동감하면서도 '경제 부작용' 염려
추경안 및 사드 관련 대응 주문하고 우병우 문제는 언급안할듯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 복귀 후 첫 일성으로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려 다음 달 28일 시행에 걸림돌이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찬반 논란이 뜨거워서다.

휴가 기간에 헌재 결정과 관련 보도, 여론의 추이 등을 지켜본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를 하루 앞둔 1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면서 정국 의제를 점검하고 메시지를 다듬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에 관한 언급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끝까지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부패 관행을 근절하고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법 취지 자체에는 동감하면서도 엄격한 규제로 경제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자가 대폭 확대되고 시행령에 '3·5·10만원'(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제가 담기면서 농축수산업계와 외식업계 등의 반발과 내수경기 위축 염려가 커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애초 이 법을 적극 지지했던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 결정에 따라야 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한 번 다시 검토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합헌 결정이 내려진 데다 시행이 두 달도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법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민 대다수가 법을 적극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청와대 내에선 "법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면 부패를 옹호하는 것처럼 돼버려 안타깝다", "내수를 겨우 살려놨는데 시행 전에 일부라도 조정이 안 되면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언급하더라도 투명사회 실현이라는 취지에 맞게 차질 없이 잘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내각에 주문하는 원칙적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영란법 외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와 민생, 안보 등의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대내외 경제의 어려움을 강조하실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내수는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알리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전 세계에서 고개를 드는 보호무역주의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말씀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요청한 추가경정 예산안의 신속 처리를 재차 공개적으로 촉구할 것이 유력하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면서 각료들에게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차질없이 진행하라고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언론의 의혹 제기로 특별감찰을 받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등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