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는 9월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단시일 내에 법을 개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식사비는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등 시행령을 일부 보완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금품 수수 상한을 식사비는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걱정을 시행령 정비에 적극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시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이 크게 줄어 농수축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 상한선을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원회 의장도 “2003년 공무원 윤리강령으로 정한 식사비 상한이 3만원인데 공직사회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13년 전 기준을 그대로 강요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시행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우선 시행해야 한다”며 “시행 전에 김영란법 자체를 좌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담배를 끊으면 불편하지만 안 끊을 수는 없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김영란법을 일단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기존 김영란법의 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외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법제처에서 심의하고 있다. 법제처 심의가 끝나는 대로 국무회의로 넘어간다.

여름휴가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변수다. 박 대통령이 내수 위축 등 부작용에 우려를 내비치면 시행령 개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