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혁신성향 비주류 후보 밀 것"…'유승민 변수'도 주목
오세훈·남경필·원희룡, 단일화 역할론…반기문은 "내년 기약"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 잠룡들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선출되는 지도부가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책임지는 만큼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대권가도를 다지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적인 행보와 거침없는 발언으로 가장 주목받은 대권 주자는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개헌에 대해 4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개헌은 내년 대선의 화두로 꼽힌다.

2014년 중국 상하이(上海) 개헌 발언 이후 곧바로 사과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지지자 1천500여 명과의 전대 승리 2주년 행사에 이어 전국 배낭여행, 중국 방문 등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진 김 전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 후보 지지를 공언했다.

그는 지난 22일 "비주류 성격의 후보들이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 있으니까, 그중에서 (한 명을) 밀겠다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전 대표에 대한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의 견제도 심해지는 게 부담이다.

양측은 부인하지만, 김 전 대표와의 2년 전 당권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던 서청원 의원이 오는 27일 대규모 만찬 회동을 하는 것을 세간에선 '맞불'로 해석한다.

김 전 대표와 더불어 친박계의 집중 견제 대상인 유승민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간헐적인 외부 강연을 제외하면 공개적인 행보와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은 유 의원의 지지를 바라지만, 당적(黨籍)을 회복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유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 의원이 비박계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힐 경우 정치적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잠룡군에서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3인방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전대에서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비박계의 '단일화 메이커'로 나선 상태다.

총선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입고 100일 넘게 자숙한 오 전 시장이 이번 전대를 계기로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1일 비박계 당권 주자이자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정병국·김용태 의원을 만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에도 자신이 당협위원장을 맡은 서울 종로에서 정 의원과 만날 예정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 전 시장이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안다"며 "단일화 이후 선거 캠프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현직 지자체장의 신분 제약 탓에 오 전 시장보다는 덜 적극적이다.

다만 남 지사의 경우 오 전 시장과 함께 정·김 의원을 만나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 지사도 지난 21일 광주에서 정 의원과 만나 당권 레이스에서 정 의원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 전대에서 크든 작든 역할이 예상되는 잠룡들은 모두 비주류로 분류된다.

주류에서 추대론이 나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해외에 머무르는 데다 현직 국제기구 수장이라는 점에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은 최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에게 보낸 편지에 "내년 1월에 귀국하면 찾아뵙겠다"고 적어 내년을 기약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