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이 19일 장고(長考) 끝에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국 결단을 내렸다.

지난 6일 최경환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을 전후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서 의원의 출마를 권유하기 시작한 지 2주일 가까이 만이다.

서 의원의 전대 불출마 결정은 당초 서 의원의 정치적 스케줄대로라면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대 국회에서 서 의원의 정치적 선택지에는 당 대표 출마는 애시당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력한 친박계 대표 주자로 꼽히던 최경환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택하자 비박계에 당권을 넘겨줄 것을 우려한 친박계들이 서 의원을 향해 달려가 '삼고초려'를 하고, 청와대의 뜻도 출마를 바라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서 의원은 전대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 의원의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의 출마에 반발하는 장벽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조직적으로 견제구를 던지고 거친 수준의 '험구'를 날리며 불출마를 촉구했다.

서 의원의 출마를 둘러싼 여론도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서 의원의 고민은 출마를 강행할 경우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결국 당의 정권재창출에 장애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실제로 전당대회를 불과 3주 가량 앞두고 있지만 전대 분위기는 당의 화합과 도약을 향한 흐름보다는 '충돌과 분열'의 기운이 더해가는 흐름이었다.

거기에 4·13 총선 당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을 확산시킨 녹취록 파문까지 터져나오자 서 의원으로서는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이날 전대 불출마 입장을 밝히는 발표문에서 "주변의 많은 권유로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다.

판단의 기준은 '당의 화합'과 정국의 안정' '정권 재창출'이었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제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자신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또한 '후배'라는 단어를 입장문에 담았다.

"저의 결론은 지금은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고 말하면서다.

20대 국회 개원 협상 당시 국회의장 경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도 "후배들을 위해 (협상의) 길을 터줘야겠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여야 3당이 국회의장직을 서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원(院)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본인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음에도 고민 끝에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당시 국회의장 문제가 원 구성 협상의 걸림돌로 비치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과 차기 국회의장직 도전 기회도 함께 고려된 결정이었지만,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 협상에 물꼬가 트이면서 나름의 최다선 '선배'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서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 불출마 입장 표명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전대가 '계파간 정면 충돌'로 치닫게 하는 파국은 피하는데 역할은 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강력하게 권했던 친박계로부터는 '원망'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당내 경선은 당의 화합과 치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갈등의 씨앗을 심는 경선이라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해진다"고 당부한 만큼 전대 이후 당내 최다선으로서 일정한 역할 공간을 만드는 터전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 의원은 앞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당내 최다선으로서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돼 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