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수도권도, 호남도 놓칠 수 없어"…호남 출신 박지원의 고민
당 일각서 '호남코어론'도 대두…내년 정계개편 주요 변수될 지 주목

"안철수가 아니었으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느냐", "호남 민심은 문재인으로는 다시 안 갈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되풀이한 말이다.

국민의당의 최대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끌어안으면서도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호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뚜렷이 읽혀진다.

4·13 홍보비 파동 이후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붙들어두면서, 내년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도 동시에 끌어안아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이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데 분명한 공감대를 형성돼 있다.

그러나 방법론을 놓고는 이견이 잠복해있다.

일단 수도권과 중도층 공략을 우선시해 대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호남 기반을 다져놓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금씩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이 같은 논전은 향후 당권 경쟁구도와 맞물려 있다.

국민의당 내부 논의의 흐름이 어느쪽으로 기우느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경우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커져가는 호남배려 목소리…경계심도 = 박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상대로 한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당장의 답을 구했다기 보다는 당 전체의 중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박 비대위원장은 12명의 비대위원에 자신을 포함해 호남 출신을 4명만 배치했다.

"호남 향우회 국민의당 지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의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잇따라 호남 차별에 반발하는 언급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공항의 통합 이전 지시를 계기로 답보 상태인 전남 광주와 경기 수원의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등 다수의 호남 차별 사례가 잇따라 제시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비대위 회의에서 개각을 주장하면서 "장관급 인사 26명 중 호남 출신은 단 3명이고, 군 대장 8명 중 호남 출신은 전무하다"고 지역균형 탕평인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안철수 대표 시절과 비교해 호남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호남 의원들로서도 호남당의 굴레가 씌워지는데 대한 경계심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정한 '선'(線)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중도층 공략론과 '호남코어론' 어디로 = 국민의당에선 수도권과 중도층 우선 공략에 대한 목소리가 여전히 우세하다.

총선 당시 호남을 둘러싼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혈투에서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을 향해 표를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 뒷받침돼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상당히 고른 지지율을 받은 것은 대선에서 더욱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는 데 성공하면 호남도 자연스럽게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진용을 어떻게 짜느냐를 놓고는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호남 의존도에서 벗어나 중도층 공략에 적합한 인사를 당 간판으로 내세워 대선정국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호남 출신의 당 대표가 대선정국에서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안 전 대표를 포함한 제3지대 대표 주자 간 경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에 현재로서는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호남 지지율이 더민주에 추월당한 상황에서 호남세력이 당의 중심이 돼 호남 끌어안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호남 코어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3.1%, 신뢰수준 95%)한 결과,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24%로 더민주의 31%에 한참 못 미쳤다.

이 같은 호남 코어론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이 최근 물밑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지역구 호남 의원이 다수이고 비대위원장이 호남 출신이지만 당에서 호남 목소리는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며 "선진국에서 한 개인이 코어가 되는 정치결사체가 성공한 사례가 없는 만큼 호남이 중심이 돼 외연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